[공간을 통한 더 나은 일상/우리들의 공간 복지] 〈7〉덴마크 코펜하겐 ‘아마게르 바케’ 산책로-암벽장 갖춘 자원회수시설 쓰레기 소각하고 에너지도 생성 기피시설이 지역 대표 랜드마크로 2021년 ‘올해의 세계 건축물’ 선정 연간 5만명 방문…지역경제 활성화
‘아마게르 바케’ 전경 사진. 과거 낡은 소각장이던 부지가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다목적 시설로 탈바꿈했다. 르케잉엘스그룹(BIG) 제공
이 건물은 자원회수시설(폐기물 소각장 겸 열병합발전소) ‘아마게르 바케’다. 거대한 미끄럼틀을 닮은 언덕 모양 때문에 일명 ‘코펜힐’(코펜하겐의 언덕)로 불린다. 야코브 시몬센 아마게르 바케 운영사(ARC) 대표는 “아마게르 바케는 친환경 폐기물 소각 발전소의 역할뿐만 아니라 다양한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고 말했다.
● 소각장에 스키장, 암벽장, 카페 조성
‘아마게르 바케’에서는 난이도별로 구성된 4개 슬로프에서 무료로 스키를 즐길 수 있다. 르케잉엘스그룹(BIG) 제공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시 ‘아마게르 바케’ 전망대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곳 전망대에서는 맑은 날이면 코펜하겐시뿐만 아니라 인근 스웨덴 말뫄시까지 조망할 수 있다. 코펜하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 첨단시설로 오염물질 배출 ‘제로’
아마게르 바케는 덴마크의 세계적 건축가 뱌르케 잉엘스가 설계했다. 아마게르자원센터가 2010년 흉물스러워진 기존의 발전소를 대신할 새 건물 디자인을 공모할 당시 전 세계에서 36개 설계사가 참여했다. 뱌르케잉엘스그룹(BIG)은 발전소 여러 동을 키 순서로 이어 붙이고 그 위에 스키 슬로프를 얹어 시민들에게 공간을 개방하겠다는 설계안을 제시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오염물질 관리 시스템도 우수 사례로 꼽힌다. 소각 과정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의 경우 평균 배출량이 ㎥당 14.65mg에 불과하다. 이는 유럽연합(EU)의 최대 허용치인 400mg의 약 3.66% 수준이다. 시몬센 대표는 “이곳은 지리적으로 덴마크 왕족이 사는 아말리엔보르 성에서 2km 거리로 가까운 데다 인근에 458가구가 살고 있어 오염 문제가 발생하면 안 된다”며 “코펜하겐시가 2025년까지 세계 최초로 ‘탄소 제로 도시’가 되겠다는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게르 바케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하루 평균 5∼25t 트럭 250∼300대가 소각장을 오가며 1500t 정도의 폐기물을 배출한다. ARC 관계자는 “연평균 63만 t의 폐기물로 15만여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들고, 8만여 가구에 지역 난방열을 공급한다”고 말했다. 아마게르 바케는 소각 과정에서 생산된 열과 전력을 인근 지역에 판매해 연간 300억 원 규모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다만 일부 시민단체들은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등이 장기적으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ARC 관계자는 “시민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제기되는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