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국정브리핑에서 연금·의료·교육·노동의 기존 4대 개혁에 저출생 대응을 더한 '4+1 개혁' 추진 상황을 설명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어제 기자회견에서는 ‘4+1 개혁’뿐 아니라 여러 국정 현안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즉답을 피하거나 핵심을 비켜가며 속 시원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일부 사안에선 군색하거나 엉뚱한 해명을 내놓았고, 곳곳에서 민심과 동떨어진 현실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단행한 외교안보라인 인사에 대해 “리베로 같은 자유로운 위치에서 일할 수 있는 고위 직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서 국가안보실장을 외교안보특보로 임무를 부여했고 그러다 보니…”라고 장황하게 설명했다. 자신의 고교 선배이자 최측근인 대통령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에 기용하려다 보니 일어난 연쇄 인사 이동일 텐데, 새로 특보직을 만들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상식 밖의 해명을 내놓은 것이다.
대통령실 관련 의혹에는 과연 민심을 알기나 하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출장 조사’를 두고 “저도 검사 시절 전직 대통령 부인을 멀리 자택까지 찾아가 조사한 일이 있다”며 문제 될 게 없다고 했고,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해선 “지금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라고 했다. 해병대 채 상병 특검에 대해 “국회 청문회에서 외압의 실체가 없는 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게 아닌가”라고 밝힌 것도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성급한 예단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나라를 어디로 이끌 것인지 국민에게 소상히 밝히는 설명자이자 그 필요성과 타당성을 이해시키는 설득자여야 한다. 그 시작이 국민을 대신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하는 기자회견이다. 어제 윤 대통령 회견은 여러모로 아쉽고 답답했지만, 언어가 훨씬 다듬어졌고 시간도 다소 늘었다. 앞으로 회견은 더 자주 더 길게 해야 한다. 그래야 더욱 진솔하게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