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조직-인력 개편 본격 착수
2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군은 정보사에 대해 대대적 개편 작업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사령부와 예하 부대에 대해 창설 이래 최대 규모의 인적·조직 개편에 나선다. 또 초유의 기밀 유출 사태를 초래한 허술한 보안 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내용 등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보사 소속 군무원 A 씨는 무려 7년 동안 중국 정보요원으로부터 돈을 받고 중대한 기밀을 빼돌렸지만 정보사는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정보사의 ‘뻥 뚫린’ 보안 문제까지 드러나며 ‘정보 실패’이자 ‘보안 실패’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런 만큼 현 체제로는 더 이상 대북 임무를 수행하기 힘들다고 군 수뇌부가 판단했다고 한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다음 달 2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취임하면 대통령실과 조율해 관련 작업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편제-작계 등도 대거 유출, 회복 불가능 수준”
군무원 유출 기밀 예상보다 심각…7년 확장땐 더 치명적일수도
北 정찰국서 이미 입수했을 가능성…은밀성 유지, 감독-지휘는 강화할듯
北 정찰국서 이미 입수했을 가능성…은밀성 유지, 감독-지휘는 강화할듯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보사 소속 군무원 A 씨(예비역 부사관)의 기밀 유출 수사 결과를 최근 보고받은 군 수뇌부는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A 씨가 유출한 기밀에는 △정보사 조직 편제 및 소속 부대원 현황 △정보사 예하 부대의 구성, 임무 및 작전계획 △정보사 예하 부대원 인적 사항 △특정 지역에서 활동 중인 블랙 요원의 인적 사항 및 활동 동향 △블랙 요원이 현지에 구축한 공작망 등 민감한 내용들이 대거 포함됐다.
특히 이 같은 내용들은 모두 2022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불과 2년 동안 유출된 기밀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만큼 A 씨가 중국 정보요원에게 포섭당해 돈을 받은 7년으로 확장하면 더 민감한 기밀들도 다수 있을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군 소식통은 “특히 중국은 대북 공작요원의 주요 활동 무대”라며 “정보사로선 거의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치명타’를 입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 당국이 ‘역공작’에 나설 가능성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전직 군 정보 고위 당국자는 “중국에서 ‘블랙’으로 활동하는 북한 정찰총국 요원들이 다양한 루트를 동원해 이번에 유출된 정보사 기밀을 이미 입수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정보사는 1990년 육해공군 정보부대를 통합해 창설됐다. 국방부 직할 ‘독립부대’로 해외 대북 공작과 첩보 수집 등 고도의 비밀 임무를 수행해 왔다. 군 내에서도 구체적 활동 내용과 세부 조직 등을 아는 인원은 국방부 장관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다른 군 소식통은 “이 같은 폐쇄성이 내부에서 장기간 곪아서 기밀 유출 사태 등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많다”고 전했다. 그런 만큼 군은 향후 정보사 본연의 은밀성은 유지하되 국방부의 관리 감독 및 지휘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타 부대와의 공조·견제 시스템 구축도 추진한다.
A 씨는 7년간 자신의 사무실에서 무음앱(애플리케이션)을 깐 스마트폰으로 기밀을 촬영하거나 캡처하고, 메모까지 해서 개인 숙소로 반출했다. 이번 사안을 개인 일탈을 넘어 총체적 ‘보안 실패’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군은 대대적 보안 조사로 원인을 규명하는 동시에 인적 물적 시스템을 대폭 보강해 정보사에 최고 수준의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복수의 군 소식통들은 전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