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4분간 국정브리핑-회견 “개혁 멈출수 없어” 증원 보류안 거부 의료계 반발… 韓 “민심 귀 기울여야” 尹 “국민연금 지급보장 법제화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료개혁을 멈출 수 없다”며 의대 증원 방침을 재확인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는 의료개혁을 하지 않으면 국가라 할 수 있겠느냐”며 의대 정원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강행 의지를 밝혔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이제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의료개혁을 멈출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보류안을 거부하면서 의대 증원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못 박은 것으로 풀이된다. 의사단체는 “예상했던 대로”라며 반발했고 한 대표는 “응급실·수술실 상황이 심각하다. 그런 점에서 대안이 필요하다”며 “민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은 현재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던 상급종합병원 구조를 전환해 전문의, 진료지원(PA) 간호사가 의료 서비스의 중심이 되도록 바꿔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 “증원 문제를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37회에 걸쳐서 의사 증원과 양성에 관한 문제들을 의료인 단체들과도 협의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증원을) 지금부터 시작해도 10년, 15년이 지나서야 의사 공급이 추가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부득이 (지금) 할 수밖에 없다”며 “의사단체들은 무조건 안 된다고, 오히려 줄이라고 한다. 국민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가 정부가 어떻게 해야겠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개혁은 필연적으로 저항을 불러온다”며 “역대 정부가 개혁에 실패하고 개혁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이유가 이 때문이다. 저는 쉬운 길을 가지 않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41분간 용산 집무실에서 국정 성과와 4대 개혁 과제를 발표한 뒤 브리핑룸으로 내려와 83분간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 회견 뒤 국민의힘 연찬회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돌파구가 필요한 만큼 응급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했고 연찬회장에서도 “지금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살피고 해결할 수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회견 전에는 “의료개혁의 동력은 국민”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 달리 증원 보류안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년도 의대 1학년 7500여 명을 가르치는 것부터 불가능하다”며 “윤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했는데 병원을 지키던 교수들의 사직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단체 향해 “무조건 안된다고 해”… 의료계 “정부가 현실 외면”
尹 “의료인 양성에 10~15년, 지금해야… 개혁 안하면 국가라 할 수 있겠나”
의료계 “정원 10%내 증원 얘기해 와… 환자들 치료 못 받는 현장 가봐야”
의료계 “정원 10%내 증원 얘기해 와… 환자들 치료 못 받는 현장 가봐야”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의대 2000명 증원’은 이미 마무리됐고 입시 절차도 진행 중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강조했다. 또 의사단체를 향해선 “(의대 증원을) 무조건 안 된다고 한다. 오히려 정원을 줄이라고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의사단체는 “현실을 외면한 채 증원을 고집하는 건 오히려 윤 대통령과 정부”라며 반발했다.
● 목소리 높인 대통령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
윤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에 대해 ‘마무리’라는 표현을 쓰며 더 이상 의대 증원 논란에 발목을 잡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어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은 현재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의사단체에서 요구하는 내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의료개혁을 설명하면서 여러 차례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단체가 무조건 반대한다고 지적한 후 “국민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가가,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라고 말할 땐 격앙된 감정이 묻어나기도 했다. 의료수가 개선 필요성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그동안 정부가 내갈겨 놓고 안 했다”는 표현도 썼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증원 규모와 시기 조절 방안에 대해선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필수의료와 중증 수술 등 기피 분야를 인기 과로 만드는 건 임기 동안 어느 정도 할 수 있지만 의료인 양성은 10∼15년 걸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 시작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 의사단체 “의료 시스템 무너질 것”
의사단체는 “윤 대통령이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들을 색안경 끼고 바라보고 있다”며 반발했다. 또 의대 증원을 고집할 경우 현재의 의료공백이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은 의사단체가 대안도 없이 반대한다는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의료계는 정원 10% 내에선 당장 증원이 가능하다고 얘기해 왔다. 그 이후 정확한 추계를 통해 증원을 논의하자는 건데 2000명이라는 숫자를 고집하는 건 정부”라고 반박했다.
채동영 대한의사협회(의협) 홍보이사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값싸고 질 좋던 한국의 현 의료 시스템이 무너지고 더 이상 환자들이 버티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은 의료 현장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국민들이 직접 가보고 판단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창민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도 “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소만 골라서 방문하는 것 같은데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못 받고 당연하던 의료 혜택마저 못 받는 현장을 가봐야 한다”고 했다.
의료개혁의 목표인 지방·필수의료 살리기가 현재의 방식으론 어렵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최 위원장은 “지방의료는 그나마 버티던 교수들마저 떠나며 무너지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돈을 쏟아붓는다고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교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