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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최초 메달’ 쿠다다디, “태권도는 내 인생 모든 것”[파리 패럴림픽]

입력 | 2024-08-30 14:44:00

태권도 K44 여자 47㎏급 동메달 획득
"태권도는 내 삶에 있어 마술과 같다"



ⓒ뉴시스



전 세계 난민, 그리고 장애인에게 희망을 안겨준 자키아 쿠다다디(26)가 두 번째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난민 선수단 최초의 패럴림픽 메달이다.

쿠다다디는 2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태권도 K44 여자 47㎏급 패자부활전에서 에킨시 누르지한(튀르키예)을 9-1로 이겼다.

장애인 태권도는 얼굴 공격을 할 수 없고, 몸통만 공격해야 한다.

그런데 나우알 라리프(모로코)가 1번 시드인 클라우디오 로메로(멕시코)와의 8강전에서 얼굴에 발차기를 맞았다.

들것에 실려 간 라리프는 반칙승을 거뒀지만 부상이 심해 준결승과 동메달결정전에서 잇달아 기권했다.

동메달을 획득한 쿠다다디는 뛸 듯이 기뻐했다. 관중석의 가족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미소 지은 그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파리에 왔다. 그리고 많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응원해 줬다. 그 힘으로 메달을 딴 것 같다”고 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쿠다다디는 왼 팔꿈치 아래가 없는 선천성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최초 올림픽 메달리스트 로훌라 니크파이(2008 베이징·2012 런던 태권도 남자 동메달)를 보고 9살 때 태권도를 시작했다. 그리고 2021년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하게 됐다.

돌발 상황이 일어났다.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해 공항이 마비됐다. 쿠다다디와 육상 선수 호소인 라소울리는 도쿄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개회식에선 아프가니스탄 국기만 입장했다. 두 사람은 전 세계에 “도와달라”고 호소했고, IPC(국제패럴림픽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와 정부들이 나섰다.

세계태권도연맹(WT)도 팔을 걷어붙였다. 쿠다다디의 출전을 허용하고,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해 쿠다다디의 탈출을 도왔다.

우여곡절 끝에 도쿄에 도착한 쿠다다디는 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다. 하지만 전 세계인이 그를 보며 힘을 얻었다. 조정원 WT 총재는 “대회 하루 전날 도착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전 세계에 희망을 준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패럴림픽 이후 쿠다다디는 프랑스로 건너갔다. 프랑스태권도협회의 지원을 받아 훈련하고, 프랑스 대표팀 도복을 입고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지난해엔 유럽선수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쿠다다디는 도쿄 패럴림픽 이후 여러 국가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프랑스를 택했다. 그는 “카불을 탈출할 당시 프랑스군의 도움을 받았다. 내 목숨을 살려줬다. 훈련 지원도 너무나 잘 해줬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패럴림픽에선 난민 선수단으로 출전했지만 프랑스 관중들은 쿠다다디에게 큰 환호와 기립박수를 보냈다. 쿠다다디와 코칭스태프는 메달이 확정된 뒤 패럴림픽 상징인 아지토스기와 프랑스 국기를 흔들고 기뻐했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탈레반 치하에서 탄압받고 있다. 여성의 기본적인 권리들이 무시당하고 침해당하고 있다.

쿠다다디는 “이 상황을 무서워하거나 걱정하지 않길 바란다. 원하는 걸 계속한다면 빛이 올 것”이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태권도는 내 삶에 있어서 마술과도 같다. 나를 구해줬고, 태권도를 하지 않았다면 누구도 나를 몰랐을 거다. 내 인생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파리=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