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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독점하는 ‘독점 게임’들[게임 인더스트리]

입력 | 2024-08-30 15:33:00


하나의 시장을 1개의 기업 혹은 제품이 점령하고 있는 시장을 우리는 흔히 독점 시장이라고 부릅니다.

독점 시장의 장점은 높은 품질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기업이 제품을 꾸준히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반면 경쟁자 없이 1개의 기업이 모든 걸 차지하다 보니 기업의 이윤을 먼저 생각하는 불합리한 일이 발생하는 등 긍정적이지 못한 일도 발생하곤 하죠.

게임 시장에도 하나의 장르를 독점하고 있는 이른바 ‘독점 게임’들이 존재합니다. 다양한 장르가 존재하고, 한해에만 수천 개의 신작이 쏟아지는 게임 시장에서 하나의 게임이 시장 전체를 차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요. 과연 어떤 일이 있었기에 게임 하나가 시장을 장악하게 된 것일까요?

MBL 더쇼 23, 출처 게임동아




MLB를 장악하고 있는 게임 ‘더 쇼’
미국인들에게 야구(MLB)만큼 인기 있는 스포츠도 드뭅니다. 미식축구, 농구와 함께 미국 3대 스포츠로 불리는 MLB의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2500억 달러(한화 약 334조3000억 원), 세계 스포츠 시장의 17%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을 정도로 엄청납니다.

이렇듯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MLB이지만, 게임 시장은 단 하나의 게임이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바로 소니에서 출시한 ‘MLB 더 쇼’ 시리즈입니다.

더쇼 플레이 이미지, 출처 게임동아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이하 SCE) 산하의 북미 게임 스튜디오 ‘SCE 월드와이드 스튜디오’에서 2006년 처음으로 출시한 ‘MLB 더 쇼’는 단순히 치고 달리는 것을 넘어 스타디움, 관중들 그리고 화려한 그래픽까지 야구의 모든 것을 게임으로 담아내 “야구 그 자체”라고 불리는 게임이죠.

사실 과거에는 미국에서도 이 MLB의 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게임들이 출시되고 있었습니다. 2000년대 3DO에서 출시한 ‘하이히트 메이저리그 베이스볼’이나 EA(일렉트로닉 아츠)에서 출시한 ‘MVP 베이스볼’ 등 다양한 게임이 출시됐고, 더 이전으로 가면 ‘하드볼’과 같은 게임도 존재했었죠.

하지만 MLB의 ‘라이선스’를 두고 2K(테이크 투)와 EA가 소송까지 가는 격렬한 경쟁 끝에 2K가 MLB 독점 사업권을 따내게 됐고, 라이선스를 획득한 2K도 수익 악화로 이렇다 할 게임을 내놓지 못하면서 MLB 게임 시장에 공백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다양한 시스템이 등장하는 더쇼, 출처 게임동아


이 공백을 메운 게임이 바로 ‘MBL 더 쇼’였습니다. ‘MLB 더 쇼’는 타자와 투수의 ‘수 싸움’을 보다 다채롭게 구현한 것은 물론, 다양한 방향의 타구 생성과 이를 쫓는 수비수들의 동작을 통해 마치 하이라이트 같은 장면을 연출하여 게임을 즐기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극대화했습니다. 어찌나 게임을 현실적으로 구현했는지 실제로 이 게임의 장면을 본 많은 이들이 실제 MLB 경기와 착각할 정도였죠.

이렇게 ‘MBL 더 쇼’가 너무 강력한 ‘One Top’으로 군림하자, 다른 회사들은 이 게임과 경쟁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MLB 사무국에서 직접 제작한 ‘R.B.I. 베이스볼 시리즈’도 있지만, 별다른 영향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죠. 이렇게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MBL 더 쇼’는 MLB의 유일무이한 게임으로 매년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제 여자 야구 선수도 등장한다,출처 게임동아


다만 소니에서 만드는 게임인만큼 ‘MBL 더 쇼’는 ‘플레이스테이션’으로만 출시됐었는데요. 라이선스를 보유한 MLB 사무국 측에서 수익 증대를 위해 여러 플랫폼으로 출시하라는 압력을 주었고, 결국 2021년 시리즈 처음으로 MS(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기인 Xbox에 출시되게 되었습니다.


NBA와 WWE 게임의 지배자 2K
미국의 게임사 2K는 MLB 라이선스 독점권을 따낼 정도로, 스포츠 게임에 아주 많은 관심을 가진 회사입니다. 얼마나 관심이 높은지 2K는 무려 미국 농구(NBA)와 프로레슬링(WWE)이라는 두 개의 큰 시장을 독점하는 중이죠.

NBA 2K,출처 게임동아


NBA의 경우 NBA 2K 시리즈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일 정도로 시장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사실 NBA는 과거 EA에서 출시한 ‘NBA 라이브’가 시장을 지배했었는데요. ‘NBA 라이브’에 맞서 더욱 간편한 콘텐츠와 사실적인 그래픽을 내세운 게임이 ‘NBA 2K’였습니다. 이 두 게임은 매년 서로 엄청난 경쟁을 펼쳤는데요. 2011년 발매한 ‘NBA 2K’에서 농구의 아이콘 ‘마이클 조던’이 등장하면서 시장의 흐름은 급격하게 기울어졌습니다.

NBA 2K24, 출처 게임동아


더욱이 ‘NBA 라이브’가 잇따른 패착을 거듭해 몰락하면서 ‘NBA 2K’는 NBA 게임 시장에서 대체재가 없는 게임으로 군림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사실상의 독점이 시작되자 게임의 퀄리티가 급격히 하락했고, 게임의 시스템도 매년 별다른 변화 없이 출시되고 있을 뿐이어서 많은 비난을 받는 중입니다.

WWE 2K24,출처 게임동아


WWE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습니다. 과거 오락실에서 즐겼던 ‘WWF 레슬링’ 같이 프로레슬링은 많은 마니아를 지닌 스포츠였는데요. 2K는 WWE의 단독 라이선스를 취득하면서 시장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WWE 2K24 게임 화면, 출처 게임동아


WWE 게임이 없던 시절에는 많은 팬들이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였지만, 엄청난 버그와 어설픈 콘텐츠로 역대 최악의 평가를 받은 ‘WWE 2K 20’ 이후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현재는 ‘독점 게임의 폐해’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임이 된 상황입니다.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을 독점 중인 풋볼매니저

풋볼매니저 플레이 화면, 출처 게임동아


한번 플레이하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고 하여 문명 시리즈와 함께 ‘타임머신’으로 불리는 게임인 ‘풋볼매니저’ 역시 유명한 독과점 게임입니다. ‘풋볼매니저’는 유럽에서는 실제로 이 게임 때문에 이혼까지 하는 사례도 종종 등장해 ‘이혼제조기’로도 불릴 정도로 엄청난 몰입도를 자랑하는 게임이죠.

이 게임은 유저가 감독이 되어 선수를 사고팔며, 전술을 짜고, 경기를 치러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축구 시뮬레이션 장르의 작품입니다. 전세계 스포츠 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지닌 축구 게임인 만큼 라이벌도 많을 것 같지만, 축구 시뮬레이션 장르에서 ‘풋볼매니저’는 라이벌을 찾아볼 수 없는 시장 독점작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데이터가 자세히 나타나있다,출처 게임동아


이 ‘풋볼매니저’의 장점은 바로 방대한 데이터인데요. 이 ‘풋볼매니저’의 역사는 전신인 ‘챔피언십 매니저’부터 시작되는데 1992년 첫 작품이 발매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무려 32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선수들의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특히, 실제 스카우터들이 자문으로 활동하여 전세계 프로리그와 2부리그는 물론, 심지어 고등학교 같은 유스 리그에 뛰는 선수들의 데이터까지 집계하는데요. 이 데이터는 ‘풋볼매니저’에서 자체적으로 평가하여 구분하는데, ‘풋볼매니저’에서 고평가를 받은 10대 어린 선수들이 실제 축구에서 스타로 성장할 정도로 높은 적중률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다양한 전술을 시도할 수 있다. 출처 게임동아


이렇듯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의 성장을 예측하는 시스템과 선수를 사고팔며 구단을 성장시키는 재미까지 더해지면서 ‘풋볼매니저’는 축구 시뮬레이션 시장을 완전히 틀어잡아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e@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