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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토스 대표, 파산한 美 암호화폐 거래소 FTX 자회사서 730억 대출받아

입력 | 2024-08-30 15:36:00

ⓒ뉴시스


종합 금융 플랫폼 ‘토스’를 창업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파산한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자회사에서 약 730억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권과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개인적인 용도로 쓰기 위해 해외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대출을 모두 갚아 현재 채무 관계가 해소됐다고 밝혔다.

30일 본보가 입수한 미국 델라웨어파산법원의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FTX 트레이딩(FTX Trading Ltd.)’ 파산 절차 문서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21년 11월 4일 FTX 트레이딩의 자회사인 맥로린인베스트먼트(Maclaurin investments)에서 5475만1149달러(약 730억9000만 원)의 대출을 받았다.

비바리퍼블리카는 9조~10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이른바 ‘유니콘’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아직 증시에 입성하지 않은 비상장사라서 이 대표 입장에서는 보유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에 투자 유치를 받으며 인연을 맺었던 맥로린인베스트먼트로부터 대출을 받게된 것으로 풀이된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대형 증권사들조차 비상장 주식에 대한 담보대출을 거의 취급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이 대표가) 해외 금융권에서 대출 받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지분 관계가 섞여있는 곳에서 받기로 한 게 아닐까 싶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상장을 주관하고 있는 증권사가 오너의 급전 마련을 도와주기 위해 예외적으로 비상장주식에 대한 담보 대출을 실행해주는 경우가 있다”며 “이 대표의 경우 국내 금융사가 제시한 한도 이상의 대출이 필요한 상황이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거액 대출로 인해 ‘상장 위기설’ 등 각종 논란이 불거지자 비바리퍼블리카는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토스 창업자의 대출에는 담보가 제공되지 않아 향후 기업공개(IPO) 과정과의 연관성도 발생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나섰다. 토스는 내년을 목표로 IPO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 대표의 이 같은 자금 조달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해외 투자사로부터 담보 없이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대출을 받는 게 드문 사례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담보를 맡기지 않았다면 사실상 신용대출을 받았다는 것인데, 신용만으로 730억 원대의 대출을 받았다면 대단히 이례적인 케이스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맥로린인베스트먼트에서 받은 대출을 모두 상환해 현재 채권, 채무관계가 없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담보가 설정되는 등 담보 제공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