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인도지원 관련 민간단체 접촉 승인 9개월 만 통일부 “수해 지원에 한정”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김정은 총비서 주재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2차 정치국 비상확대회의가 29일부터 30일까지 평안북도 신의주시 피해 지역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정부가 수해 지원을 목적으로 한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 신고를 30일 수리했다. 남북 관계 단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 정부는 이산가족 생사 확인 등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민간의 대북 접촉을 대부분 불허해왔는데, 이례적으로 수해 지원에 한해 접촉을 허용한 것이다.
통일부는 이날 7, 8월에 수해 지원 관련 접촉 신고서를 낸 10개 단체 중 9개 단체에 대한 접촉신고 수리 절차를 완료했다. 1개 단체도 조만간 접촉 신고를 수리할 방침이다. 통일부가 민간단체의 인도주의 교류를 위한 대북 접촉 계획을 승인한 건 지난해 11월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남북교류협력법상 북한 주민과 접촉하거나 통신을 주고받는 경우 통일부에 사전 신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수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현 남북관계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수해지원 목적에 한해 현재까지 접수된 단체들의 접촉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해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민족, 통일 지우기에 나서면서 대남기구가 폐지됐고 이에 민간단체들이 직접 북측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는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민간단체들은 북측과 직접 접촉하기에 앞서 북측 의사를 파악하고자 중국동포(조선족) 등 제3자 중계인 등을 접촉하겠다는 ‘간접 접촉’ 계획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접촉 신고 수리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도 관계기관 반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정부가 전향적으로 민간의 간접 접촉 추진을 허용한 건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대북 인도적 지원 방침을 분명히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북한 주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인도적 지원도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북한의 영유아, 여성, 고령자, 장애인 등 북한의 취약 계층에 대해 식량, 보건을 비롯한 인도적 지원을 앞으로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통일부는 이번 조치가 수해대응 지원을 위한 일회성 성격임을 분명히했다. 김 부대변인은 “금번 수해 지원 목적에 한해 (접촉신고를) 수리하는 것”이라며 “(단절된) 남북관계 상황하에 필수적인 사안을 중심으로 접촉을 허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접촉신고 수리가 민간의 남북 인도주의 교류 재개로 이어질 지도 미지수다. 북한은 이번 수해와 관련한 국제기구, 중국, 러시아 등 지원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남북 관계 단절을 공식화한 북한은 정부가 1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제안한 구호물자 지원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