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낯선 길에서/제니퍼 그라프 그론버그 지음·강현주 옮김/392쪽·1만9500원·에코리브르
“아이가 다운증후군이에요.”
갑자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버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면 어떨까. 현실을 외면하고 평생 잠을 자는 건 어떨까. 아이를 바라봤다. 솜털처럼 난 갈색 머리카락에 호수처럼 깊고 짙은 파란 눈을 지닌 아이의 표정은 더없이 평온했다.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속삭였다. “안녕.”
다운증후군 아이를 키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젖을 빠는 데 힘들어한다. 혼자 앉고, 기어 다닐 수 있게 되는 기간도 더 걸린다. 더 힘든 건 사회의 시선이었다.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란 사실을 전할 때마다 가족, 친구, 이웃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떤 이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가정에 입양시키라고 했다. 저자는 사람들이 아이가 다운증후군인 것을 알아채진 않았는지 끊임없이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저자는 깨달아간다. 다른 이들이 ‘같은’ 아이로 바라봐주길 바라면서도 정작 자신은 ‘다른’ 아이로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회적 시선에 휩쓸려 아이를 사랑하기보단 불안해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닌지 말이다. 다운증후군 아이를 키우는 고통보다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깨달은 바를 솔직한 문체로 적어 내려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