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환경 따라 몸 형태 바꿔 아는 만큼 보이는 ‘나무 언어’ ◇나무를 읽는 법/트리스탄 굴리 지음·이충 옮김/412쪽·1만9800원·바다출판사
이렇게 나무가 남긴 고유한 흔적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부터 동서남북, 이를 둘러싼 환경까지 많은 단서를 남긴다. 수십 년간 5개 대륙에서 탐험단을 이끌어온 탐험가이자 자연에서 얻은 단서로 길을 찾는 자연 항법 전문가, 일명 ‘자연 속 셜록 홈스’로 불리는 저자가 그러한 흔적에서 읽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메시지를 정리했다.
우선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읽기 위해서는 나무의 뿌리를 보는 것이 좋다. 바람 부는 쪽의 뿌리는 다른 곳보다 더 크고 강하게 자라기 때문이다. 또한 줄기는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가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늘에서 잘 자라도록 진화한 나무는 껍질이 얇고 햇빛에 노출된 나무는 껍질이 두껍다. 거친 바람이나 추위에 노출될수록 크기는 작아진다. 높은 산을 등산할 때 고도가 높아질수록 나무의 키가 작아지는 것을 본 사람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를 읽는 법이 어떤 쓸모가 있을까. 저자는 그가 나무를 읽는 이유를 십자말풀이에 비유한다. 사람의 뇌는 십자말풀이에서 모든 칸이 비어 있을 때보다 하나둘씩 채워질 때 호기심을 더욱 느낀다고 한다. 나무를 볼 때도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알수록 더 많은 것을 궁금해하고 찾아보게 된다” “1000번을 보더라도 단 한 번도 발견할 수 없는 것이 있지만, 한 번 발견하고 나면 다시는 놓치지 않을” 신호들을 갖고 숲으로 나가보라고 저자는 제안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