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걸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성인 60% 목뼈 변형…40·50대 흔해… 목·어깨 통증 유발, 방치하면 디스크로 근육주사-물리치료 등은 임시 처방… 통증 치료보다 자세 교정 우선해야 생활습관 고치고 꾸준히 목운동 하면, 원래 모양 되찾고 통증 잡을 수 있어
도종걸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목뼈 변형으로 인해 목 주변 통증이 발생하면 약물 치료나 첨단 치료보다 자세 교정이나 명상, 유산소 운동 등으로 치료해야 ‘완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도 교수는 목 건강에 좋은 스트레칭을 자주 해 줄 것을 권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40대 초반 여성 이미현(가명) 씨는 목뼈와 등뼈 주변 통증으로 한동안 고생했다. 처음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주변에 있는 의원을 찾아갔다. 물리치료를 비롯해 이런저런 치료를 꽤 많이 받았다.
치료를 받으면 통증이 사라졌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고, 통증이 다시 도졌다. 이런 식으로 2년 가까이 호전과 악화가 반복됐다. 이 씨는 결국 도종걸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를 찾았다. 도 교수는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부터 했다. 목뼈가 역C자형으로 휘어진 것 말고는 특별히 심각한 문제를 찾을 수 없었다.
도 교수는 이런 사실을 이 씨에게 알려줬다. 통증이 심하니 당장 모든 약을 끊을 수는 없었다. 다만 의원에서 받았던 그 밖의 치료는 모두 중단했다. 약을 먹으면서 따뜻한 샤워, 명상, 자세 교정 등의 행동요법을 병행했다.
● 성인 60%가 갖고 있는 목뼈 변형
척추 맨 윗부분을 목뼈(경추)라고 한다. 목뼈는 전방으로 살짝 튀어나온 게 정상적이다. 완만한 C자 형태다. 도 교수는 “목뼈가 C자형이어야 머리 무게를 효과적으로 분산한다”며 “목뼈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고, 목과 어깨의 움직임도 원활해져 통증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잘못된 생활 습관 등으로 인해 이 목뼈의 모양새가 달라질 수 있다. 처음에는 C자가 펴지면서 일자형이 된다. 이른바 ‘일자목’이다. 여기에서 더 나빠지면 머리가 앞으로 툭 튀어나오는 ‘거북목’이 되거나, 목뼈의 끝부분만 역C자형으로 구부러지는 ‘역C자목’이 된다.
도 교수는 “목뼈 변형 자체가 질병은 아니다”라면서도 “국내 성인의 60% 정도가 이로 인해 큰 불편을 겪는다”고 말했다.
그대로 두면 목 통증은 만성화한다. 등과 허리로 통증이 확산할 수 있다. 더 심해지면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이나 어깨를 움직이기 어려운 어깨충돌증후군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도 교수는 “목뼈 변형이 시작됐다면 일단 목뼈 건강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곧바로 자세 교정을 포함해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자세 교육하며 서서히 치료
도 교수는 목뼈 변형에 대해 “열심히 살다 보니 40대와 50대에 이르러 받게 된 ‘삶의 훈장’ 같은 것”이라고 했다. 격무에 시달리고, 스트레스에 찌들면서 이 무렵에 환자들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은퇴한 60대 이후로는 환자 발생률이 낮아진다. 다만 거북목의 경우에는 무거운 책가방을 등에 지는 중학생 때 많이 발생한다.
도 교수는 “물리치료, 약물치료, 근육주사, 신경 차단술 등으로 통증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이런 치료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며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완치’하려면 장기적으로 자세를 교정하고 잘못된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것.
통증이 나타난다고 해서 무조건 주사부터 맞거나 ‘첨단 치료’를 받을 필요도 없다. 이 경우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증세만 악화시킬 수 있다. 이 씨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도 교수는 “목뼈 변형으로 근육통이 생겼다면 목뼈를 정상으로 되돌려야 치료가 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 생활 습관부터 고쳐라
목뼈 변형의 치료법은 예방법과 마찬가지다. 잘못된 자세부터 고쳐야 한다.
우선 목뼈 상태부터 확인하자. 정면을 응시한 상태로 옆모습을 촬영한다. 사진 속 귀의 중앙부와 어깨선을 연결한 직선이 수직을 이루는 게 좋다. 만약 귀 중앙 부위가 앞쪽으로 나와 있다면 거북목일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방법도 있다. 벽에 등과 엉덩이를 대고 어깨너비로 다리를 벌린다. 정면을 응시한 상태로 머리를 벽에 댄다. 이때 벽에 머리가 닿지 않으면 거북목이라고 봐야 한다.
컴퓨터 작업을 하다 보면 머리를 앞으로 내밀게 된다. 거북목으로 악화할 소지가 다분히 있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도 핸들을 꽉 잡고 상체를 내민다면 거북목이 생길 수 있다. 무거운 가방을 메면 머리만 앞으로 튀어나오게 돼 거북목이 생길 확률을 크게 높인다. 고개를 숙여 휴대전화를 보면 일자목이나 역C자목이 되기 쉽다.
하나씩 고쳐야 한다. 컴퓨터 작업을 할 때는 모니터를 눈높이로 맞춘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운전석 상단에 뒷머리를 붙인다. 무거운 가방은 앞으로 메거나 중량을 줄인다. 휴대전화를 볼 때는 고개를 숙일 게 아니라 팔을 들어 전화기를 눈앞까지 올려야 한다.
도 교수는 절대 휴대전화를 침실에 갖고 들어가지 말라고 강조했다. 침실에서는 어떤 자세로 휴대전화를 보든 목뼈 변형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파 팔걸이 부분에 목을 대고 누워 자거나 그 상태로 TV를 보는 습관도 목뼈 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
● 예방과 치료를 위한 운동
변형된 목뼈를 원래의 상태로 돌려놓으려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도 교수와 안현주 물리치료사가 함께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운동법(안내 사진 참고)을 제시했다.
① 어깨를 편 상태에서 정면을 응시한다. 손을 턱에 대고 민다. 30초 멈춘 후 원래 자세로 돌아온다. 3회 반복한다. 목 뒷부분 스트레칭 효과가 있다.
② 가슴을 펴면서 어깨를 뒤로 젖힌다. 등 쪽의 날개뼈(어깨뼈·견갑골)를 최대한 척추 중심에 가깝게 모아준다. 턱은 내밀지 않고 당긴다. 10회 반복한다.
③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한쪽 다리를 반대편 무릎 위에 얹는다. 두 손은 목에 댄다. 손으로 목을 받치면서 허리를 뒤로 꺾는다. 등도 함께 펴준다. 10회 반복한다.
④ 네 발로 기어가는 자세를 취한다. 척추를 천천히 바닥 쪽으로 끌어당겨 C자 모양을 만든다. 30초간 멈춘 뒤 처음 자세로 돌아간다. 3회 반복한다.
⑤ 고무밴드를 문고리 같은 곳에 묶는다. 양손으로 밴드를 당긴다. 이때 어깨를 펴면서 날개뼈를 척추 중심으로 모아준다. 3초간 멈춘 뒤 처음 자세로 돌아간다. 10회 반복한다.
⑥ 고무밴드를 양손에 감고, 양팔을 90도로 굽혀 몸통에 붙인다. 엄지손가락을 위로 향하게 하고, 밴드를 당긴다. 3초간 멈춘 뒤 처음 자세로 돌아간다. 10회 반복한다.
이 운동은 목뼈 변형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좋다. 모든 운동은 통증이 없는 범위 내에서 시행해야 한다. 모든 동작은 천천히, 정확하게 해야 한다. 호흡은 평상시처럼 자연스럽게 하면 된다. 틈날 때마다 자주 하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