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상급종합병원 중증환자 비율 50%→70% 높인다

입력 | 2024-08-31 01:40:00

의료개혁특위 ‘1차 실행방안’ 발표
3000개 저수가 의료행위 보상 강화
정부 “2026년 의대 정원 논의 가능”





정부가 현재 50% 수준인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비율을 3년 내 70%까지 높이기로 했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가 책정된 약 3000개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도 강화한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노연홍 의개특위 위원장은 “(왜곡된) 의료 이용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제도 개선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 사업에 착수한다. 참여 병원들은 3년 내 중증환자 비율을 70%까지 늘리거나, 현재보다 50% 이상 확대해야 한다. 중증환자에 집중하는 대신 일반 병상은 지역에 따라 5∼15% 감축하고,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비율은 20%까지 단계적으로 낮춰야 한다.

왜곡된 수가 구조도 바로잡는다. 건강보험 수가 항목 9800여 개 중 약 3000개는 원가 보상률이 평균 85%에 불과하다. 정부는 2027년까지 이들 의료행위 수가를 최소한 원가만큼 올려 중증 암 수술 등 필수의료 분야 보상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경증환자가 2차 병원의 진료의뢰서를 받지 않고 상급종합병원을 찾을 경우 외래진료비를 100% 부담하게 할 계획이다.

의대 정원 등 의료인력 수급 추계·조정을 위한 논의기구도 올해 안에 출범한다. 2026년 정원 조정과 관련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계가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면 추계시스템을 활용해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수없이 논의했지만 결국 실현되지 않은 또 하나의 거대한 공수표에 불과하다”며 의료개혁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3000개 의료행위 수가 인상… 지역 국립대병원 年2000억 지원
대형병원 일반병상 줄이는 대신, 수가 개선 등 보상 강화하기로
경증환자, 곧바로 상급병원 가면 외래진료비 100% 부담해야
의료계 “의사들 배제된 반쪽 대책”

정부가 30일 발표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전국 47곳 상급종합병원의 체질 개선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최종 의료기관으로 중증 환자를 치료해야 하지만 그동안 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 이하 환자들도 마다하지 않고 수용해 왔다. 특히 수도권 대형병원들은 지방 환자까지 흡수해 지방 의료 공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의료 쇼핑’ 하듯이 골라 다니며 과잉 진료를 받는 사례도 많았다.

● 대형병원은 ‘중증환자’에 집중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비율을 3년 내 7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들 병원은 중증환자 치료와 연구에 집중하는 대신 일반 병상은 축소하게 된다. 1500병상 이상 서울 소재 대형병원은 일반 병상의 15%를, 수도권 대형병원은 10%를 줄여야 한다. 비수도권 대형병원은 일반 병상의 5%를 감축하면 된다. 다만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응급센터, 외상센터의 일반 병상은 감축 대상에서 제외한다.

환자 감소로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보상은 강화한다. 입원료와 중환자실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는 50%가량 인상하고, 중증 수술과 마취 수가도 올린다.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의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당직과 대기 비용 등 24시간 응급진료에 대한 수가도 처음으로 신설한다.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받아 원하는 2, 3차 병원 아무 곳이나 갈 수 있었던 의료 이용 형태도 개선한다. 정부는 병의원 의사가 환자와 상의해 가장 적합한 병원을 직접 예약해주는 ‘전문의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경증환자가 2차병원의 진료의뢰서 없이 상급종합병원을 찾으면 외래진료비를 100% 부담해야 한다. 현재는 60%만 낸다.

지방에서도 수도권만큼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 국립대병원 역량도 강화한다. 지역 국립대병원에는 내년부터 연간 2000억 원을 투입한다. 국립대병원을 ‘기타 공공기관’에서 해제해 총액 인건비와 총정원 규제도 없애기로 했다. 인건비 규제를 풀어 급여를 올리면 의사 인력 확보가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 의대 졸업 후 수련과 정착까지 이어지도록 ‘계약형 필수의사제’도 도입된다. 내년에는 4개 시도에서 응급의학과 등 8개 필수 진료과목 전문의 96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3년 차 이내 전문의를 대상으로 월 400만 원의 지역근무 수당을 지급하고, 주거와 해외연수 등 혜택도 제공할 방침이다.

● 중증 암 등 필수의료 수가 인상

조선대병원 이틀째 파업 30일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1층 로비에서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농성하고 있다. 전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선대병원 지부는 2.5%의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광주=뉴스1

의료행위 비용에 비해 보상 수준이 낮았던 필수의료 수가도 크게 개선한다. 2027년까지 저평가된 의료행위 약 3000개의 수가를 원가 100% 수준까지 올리기로 했다. 뇌암, 췌장암 등 중증 암 수술 등이 해당된다. 그 대신 검체·영상 등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분야의 수가는 낮춰 보상 구조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다만 정상화 과정에서 수가가 낮아지는 분야의 반발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수가 인상에 투입되는 금액은 연간 5000억 원가량이다.

전공의 수련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전공의 연속 수련 시간은 36시간에서 내년 24시간으로, 주당 평균 수련 시간은 2031년까지 60시간으로 단계적으로 줄여 나갈 방침이다. 내년부터 지도전문의가 업무 시간을 할애해 전공의를 밀착 지도할 수 있도록 연간 최대 800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한다. 다만 일정 기간 수련을 마친 의사에게만 진료 권한을 부여하는 ‘임상수련의제(개원면허제)’는 의료계의 반발을 고려해 충분히 의견을 수렴한 뒤 추진하기로 했다. 의료인력 수급 추계·조정을 위한 논의기구도 연내 출범한다. 의사·간호사를 시작으로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등 보건의료 전 직역으로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추계 시스템이 정착되면 진료과별, 지역별 추계도 도입한다.

의료계는 의사들을 배제한 채 ‘반쪽 특위’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에 반감을 드러냈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료개혁 방향에 대해선 동의하는 부분도 많이 있다”면서도 “현 의개특위 구조에선 (의사들이) 거수기 역할만 하게 돼 의료계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 실제 예산이 그대로 집행될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다음 달 2일부터 응급의료센터의 야간 진료를 제한한다. 이 병원은 인력이 충원될 때까지 운영 시간을 축소할 방침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