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금메달…대회 한국 첫 금 척수장애 얻게 된 후 7~8년간 집에 갇혀 지내 "용기 갖고 밖으로 나가 많은 사람 만나면 길 보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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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두(37·BDH파라스)가 아내에게 “꼭 금메달을 갖다 주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조정두는 2024 파리 패럴림픽대회를 앞두고 훈련에 매진하느라 집에 자주 머물지 못했다. 이에 지난해 2월 백년가약을 맺은 아내 노현주 씨에게 늘 미안해했다. 더구나 노 씨는 9월 12일 출산을 앞두고 있다.
조정두는 “아내에게 참 미안했다. 패럴림픽을 앞두고 내가 너무 자주 밖에 나가니 아내가 ‘가지 않으면 안 되겠냐’고 할 정도였다. 그만큼 더 열심히 훈련해 ‘꼭 금메달을 따 갖다 주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조정두는 30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대회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스포츠등급 SH1) 결선에서 237.4점을 쏴 마니쉬 나르왈(인도·234.9점)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이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조정두는 “사실 연습 때만큼 경기력이 나오지 않아서 약간 불안불안했다. 잡생각마저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갑자기 ‘어차피 상대가 알아서 다 밀려날 테니 나는 편히 쏘자’는 생각이 들더라”며 “그게 금메달을 딴 원동력이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곧 태어날 아이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말에 “아직 아이 이름은 짓지 못했는데, 태명은 ‘띠용’이다. 올해가 용띠 해이지 않은가. 아이에게 ‘건강하게만 자라 달라’고 하기보다 ‘엇나가지 말라’는 말을 더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아내 노 씨에게는 “색시야, 오빠 금메달 땄다”며 크게 웃었다.
조정두는 2007년 군 복무 중 뇌척수막염 치료를 잘 받지 못해 후유증으로 척수장애를 갖게 됐다. 후천적 장애를 가지면서 방황에 빠져 지낸 세월 또한 길었다.
그는 “밖에 나가는 게 두려웠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며 7~8년을 집에 갇혀 지냈지만, 사격을 접하고 이 곳까지 오게 됐다”고 돌아봤다.
금메달을 따내며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게 된 그는 “주변에서 이야기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며 “자기 자신이 스스로 용기를 갖고 밖으로 나가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용기를 줬다.
[파리=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