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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金 쏜 조정두 “아내와 태어날 아이에 금메달 주고파”

입력 | 2024-08-31 02:31:00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금메달…대회 한국 첫 금
척수장애 얻게 된 후 7~8년간 집에 갇혀 지내
"용기 갖고 밖으로 나가 많은 사람 만나면 길 보일 것"



ⓒ뉴시스


조정두(37·BDH파라스)가 아내에게 “꼭 금메달을 갖다 주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조정두는 2024 파리 패럴림픽대회를 앞두고 훈련에 매진하느라 집에 자주 머물지 못했다. 이에 지난해 2월 백년가약을 맺은 아내 노현주 씨에게 늘 미안해했다. 더구나 노 씨는 9월 12일 출산을 앞두고 있다.

조정두는 “아내에게 참 미안했다. 패럴림픽을 앞두고 내가 너무 자주 밖에 나가니 아내가 ‘가지 않으면 안 되겠냐’고 할 정도였다. 그만큼 더 열심히 훈련해 ‘꼭 금메달을 따 갖다 주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꿈은 이뤄졌다.

조정두는 30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대회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스포츠등급 SH1) 결선에서 237.4점을 쏴 마니쉬 나르왈(인도·234.9점)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이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조정두는 “사실 연습 때만큼 경기력이 나오지 않아서 약간 불안불안했다. 잡생각마저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갑자기 ‘어차피 상대가 알아서 다 밀려날 테니 나는 편히 쏘자’는 생각이 들더라”며 “그게 금메달을 딴 원동력이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금메달을 딴 순간 아내와 곧 태어날 아이가 떠올랐다. 조정두는 “어서 아내와 아이에게 금메달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곧 태어날 아이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말에 “아직 아이 이름은 짓지 못했는데, 태명은 ‘띠용’이다. 올해가 용띠 해이지 않은가. 아이에게 ‘건강하게만 자라 달라’고 하기보다 ‘엇나가지 말라’는 말을 더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아내 노 씨에게는 “색시야, 오빠 금메달 땄다”며 크게 웃었다.

조정두는 2007년 군 복무 중 뇌척수막염 치료를 잘 받지 못해 후유증으로 척수장애를 갖게 됐다. 후천적 장애를 가지면서 방황에 빠져 지낸 세월 또한 길었다.

그는 “밖에 나가는 게 두려웠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며 7~8년을 집에 갇혀 지냈지만, 사격을 접하고 이 곳까지 오게 됐다”고 돌아봤다.

금메달을 따내며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게 된 그는 “주변에서 이야기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며 “자기 자신이 스스로 용기를 갖고 밖으로 나가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용기를 줬다.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니 일단 한숨 돌릴 참이다. 이날 조정두는 경기를 앞두고 식사조차 거르고 총을 들었다. 그는 “밥을 먹고 경기를 하면 소화하는 과정에서 총이 잘 고정되지 않고 흔들린다”며 “얼른 식당에 가 라면을 끓여 먹고 싶다. 밥을 먹지 않아 배가 고프다”며 웃었다.

[파리=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