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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다 전 총리 “간토대학살 역사적 사실이라 조사 필요”

입력 | 2024-09-01 16:00:00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역사적 사실이니까 더욱 적극적으로 여러 조사를 해야 합니다.”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福田康夫·88)가 1일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제101주년 관동대진재(간토대지진) 한국인 순난자 추념식’에 참석해 간토대지진 당시 한국인 학살 문제에 대한 한일 간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23년 9월 1일 도쿄 일대에서는 최대 규모 8.3의 초대형 지진인 간토대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으로 혼란스러워진 와중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일본 군경과 민간인들이 수천 명의 한국인을 학살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후쿠다 전 총리는 집권 자민당 출신 총리로 처음 간토대지진 추념식에 참석했다. 그는 “일본 사람들은 아쉽게도 (학살에 관한) 사실을 잘 모른다”며 “옛 아픔은 아픔으로 여기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여러 학자가 조사를 잘하고 있다”며 “많은 국민이 알 수 있도록 서로 힘을 내자”고 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이 주최하고 주한 일본대사관이 후원한 이날 추념식에는 연립여당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 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 자민당 의원, 아오야기 요이치로(青栁陽一郎) 입헌민주당 의원 등 일본 여야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주호영 한일의원연맹 회장,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한의원연맹 회장 겸 전 총리는 근조 화환을 보냈다.

일본 시민단체는 같은 날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간토대지진 때 학살당한 조선인 희생자를 기리는 추도식을 개최했다. 다만 극우단체 회원들이 이곳에 몰려와 “6000명 학살은 거짓” “근거를 대라”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소동을 벌였다. 극우 성향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시민단체들이 요구한 조선인 희생자에 대한 추도문을 올해로 8년째 거부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