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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우주복 대신, 신소재로 가볍게

입력 | 2024-09-02 03:00:00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팀
방사선 막는 기능성 섬유 개발
승무원-소방관 보호복에도 활용



게티이미지코리아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은 기존 위성이나 무인 탐사선 발사 방식을 뛰어넘고 있다. 스페이스X 등 일부 민간 기업은 민간인 우주 여행을 시작했고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 우주개발 선도국은 유인 달 탐사와 화성 탐사를 계획 중이다.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는 “20년 내 화성에 인구 100만 명이 거주할 것”이라며 화성 이주를 꿈꾼다. 국제우주정거장(ISS) 체류 등에 제한됐던 인간의 우주 공간 직접 진출이 가시권에 들어온 셈이다.

우주 방사선은 이 같은 인류의 우주 진출에 직접적인 걸림돌이다. 우주 방사선을 차폐하는 우주복 신소재가 필요한 이유다. 국내 과학자들이 우주 방사선에 포함된 중성자를 막는 새로운 복합섬유 소재를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김대윤 기능성복합소재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유기현 KIST 학생연구원 연구팀이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생명체를 보호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신소재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우주에서는 태양이나 초신성 폭발로 인해 지구의 수만 배에 달하는 우주 방사선이 나온다. 특히 우주 방사선 속 중성자는 속도가 빠르고 투과력이 큰 입자다. 중성자는 생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반도체 등 전자기기들의 오작동을 유발해 장기적인 우주 임무 수행에 큰 걸림돌이다.

일반적으로 중성자를 차폐하는 우주복, 기기 등을 만드는 데 파라핀, 폴리에틸렌, 콘크리트 등 수소가 많이 함유된 소재가 활용된다. 중성자와 질량이 비슷한 수소 원자와 중성자를 충돌시켜 에너지를 분산시킬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한다. 문제는 기존 소재가 부피가 크고 무겁다는 점이다. 실제 우주인이 우주복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볍고 강하며 내열성이 뛰어난 중성자 차폐 소재 개발이 필요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만든 BNNT 섬유 소재는 우주 방사선의 중성자를 막아준다. 우주복뿐 아니라 방사선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항공기 승무원이나 반도체 작업 종사자 등 직업군을 보호하는 보호복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연구팀은 차세대 나노 소재로 꼽히는 ‘질화붕소나노튜브(BNNT)’에 주목했다. BNNT는 현재 우주 방사선 차폐 소재로 연구되고 있는 탄소나노튜브(CNT)와 강도가 유사하고 중성자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CNT에 비해 20만 배나 높다.

연구팀은 특정 용매를 활용해 BNNT와 고분자 화합물인 ‘아라미드’를 완벽히 섞는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기능성 섬유 소재를 만들었다. 아라미드는 전기자동차 타이어코드, 5G 광케이블, 항공기 소재 등에 사용되는 섬유다. 연구팀이 만든 소재는 최대 500도에서 타지 않는 내열성을 갖췄고 원하는 모양과 크기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가공성도 뛰어나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 소재인 BNNT를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의미가 있다. 우주 공간이 아니더라도 방사선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항공기 승무원이나 반도체 작업 종사자 등 직업군을 보호하는 보호복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재의 내열성이 뛰어나 군인, 소방대원 등을 보호하는 의복을 만드는 데에도 적합하다.

연구팀은 신속한 실용화를 위해 BNNT 기반의 기능성 섬유를 더욱 강하면서도 유연하게 만드는 동시에 양산성과 가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김 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기능성 섬유를 우리가 일상적으로 착용하는 의복 형태로 적용하면 중성자 노출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손쉽게 마련할 수 있다”면서 “한국이 우주 및 국방 분야에서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