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논의하는 회담을 하고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한 대표께서) 법 앞의 평등 말씀하시던데, 제가 보기엔 법 앞에 형식적으로 평등할지 몰라도 검찰 앞에선 불평등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여야 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회담에 앞서 공개된 모두발언부터 서로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기싸움을 벌였다. 한 대표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언급하자 이 대표는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한 대표의 회담 태도를 지적하며 맞불을 놨다.
● 李 “화나도 멱살도 못 잡겠네”
첫 회동에 나선 두 대표는 서로 인사를 나눌 때까지만 해도 얼굴에 웃음기를 띈 모습이었다. 이 대표는 올해 4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 때와 마찬가지로 파란색 넥타이와 태극기 배지를 단 채 회담장에 3분 먼저 도착해 한 대표를 맞이했다. 국민의힘 상징색인 붉은색 계통의 자주색 넥타이를 맨 한 대표는 정시에 회담장에 들어서면서 “반갑다”고 악수를 나눴다.
하지만 모두발언이 시작되자마자 두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날 선 발언을 이어갔다. 여야 합의에 따라 먼저 발언에 나선 한 대표는 4235자 분량의 발언을 이어가며 총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를 겨냥해 “불체포특권, 재판기간 중 세비 반납 등 이미 국민 여론이 충분히 공감하고 논의된 특권 내려놓기 개혁을 이번에 반드시 실천해보자”고 했다. 또 민주당이 탄핵 소추했던 이정섭 검사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9일 재판관 전원 일치로 기각한 것을 언급하면서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수사나 기소에 관여한 검사를 상대로 시리즈처럼 해 온 민주당의 탄핵은 곧 예정된 판결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고 했다.
한 대표의 발언을 들으면서 메모를 하던 이 대표는 자신의 발언 차례가 되자 “상대에 대한 인격적 존중이 정말로 필요하다. 존중하는 척하고 상대에게서 무언가를 뺏어야겠다는 생각으로는 아무것도 이뤄질 수 없다”고 운을 뗐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적 협상을 하는 당사자로서 한 대표의 회담 태도에 대해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 특권 얘기도 중요하지만, 상응하는 대통령의 (불)소추권에 대해서도 같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행정적 독재 국가로 흘러갈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맞받았다. 이 대표는 이날 키워드 중심으로 준비해 온 메모지를 중심으로 6110자 분량의 발언을 읽었다. 이 대표는 앞서 윤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에선 15분 간 준비해 온 A4 용지 10장 분량을 읽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논의하는 회담에서 기념 촬영을 한후 자리로 향하고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두 사람은 발표문이 작성되는 약 45분 동안은 단 둘이 독대하며 대화를 나눴다. 두 대표는 독대 과정에서 추후 회동 정례화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재명 “계엄령” 용산 “거짓 정치 공세”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최근에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 종전의 계엄안을 보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국회의원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 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이것은 완벽한 독재국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통령실도 즉각 “비상식적인 거짓 정치 공세”라고 일축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있지도 않고, 정부가 하지도 않을 계엄령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 공세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계엄령을 설사 하더라도 국회에서 바로 해제가 되는데 말이 안 되는 논리다. 지금 국회 (의석) 구조를 보면 계엄령을 선포하더라도 바로 해제될 게 뻔하고 엄청난 역풍일 텐데 왜 하겠는가”라고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