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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초대석]“빅테크 플랫폼 지배력 크면 사전 감시 필요… AI가 담합도 학습”

입력 | 2024-09-01 23:15:00

美법무부 ‘반독점 전쟁’ 브레인 수전 에이시 스탠퍼드대 교수
美 경쟁당국은 수장도 AI 플랫폼 공부… 데이터과학자 영입, 플랫폼 독점 규제
플랫폼 적용 기업결합 지침 작년 개정… 기업합병으로 경쟁 감소하면 규제해야
미래 소비자까지 고려해 플랫폼 감시… 독점기업 손해는 수백만 소비자 이익



수전 에이시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인생에서 가장 큰 성과는 기술경제학을 개척한 것”이라며 “경제학자가 AI 알고리즘 등을 이해하지 못하면 인간 행동과 의사결정, 정책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탠퍼드대 제공


《미국 연방법원이 최근 “구글은 독점기업”이라고 판결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애플 구글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반독점 소송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법률가인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과 조너선 캔터 법무부 반독점국장(차관보)이 이끄는 ‘빅테크와의 전쟁’에서 ‘경제 브레인’ 역할을 한 이가 경제학, 수학, 컴퓨터 과학을 공부하고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한 ‘기술경제학’을 개척한 수전 에이시 미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54)다.

에이시 교수는 2007년 전미경제학회가 40세 이하 최고의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여성 최초로 수상했다. 지난해 전미경제학회장을 지냈다. 남편인 휘도 임번스 스탠퍼드대 교수 역시 2021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경제학자다. 7월 미 법무부를 떠나 스탠퍼드대로 복귀한 에이시 교수를 서면으로 만났다.》



―미 법무부가 당신과 같은 기술 경제학자, 컴퓨터 및 데이터 전문가를 왜 영입했나.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스타트업 등이 기존 기업과 경쟁해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2022년 법무부에 부임했을 때 50명 이상의 경제학 박사와 약 10명의 통계학자로 구성된 ‘경제팀’이 있었다. 여기에다 데이터 과학자와 기술 전문가로 구성된 새 팀을 보강했다. 이들이 경제학자들과 함께 투입돼 기업 합병을 검토하고 조사 업무에 신기술을 도입했다.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을 이용한 담합을 조사할 때 소프트웨어 코드를 분석하고 담합에 이용된 머신러닝 기술을 평가했다.”

―법무부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2023년 기업결합 심사지침(Merger Guidelines)을 만드는 팀을 이끈 일이다. 이 지침에는 여러 가지 혁신이 담겼다. 첫째, 기업결합을 평가할 때 고려할 주요 이론을 하나의 문서에 담았다. 둘째, 여러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나 직접 경쟁하지 않는 기업과의 합병이 신규 경쟁자의 진입을 막는 장벽을 만들어 가격을 올리거나 생산을 저해할 수 있는 경우를 명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7월 “플랫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기업결합 심사 가이드라인 재검토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시장은 이를 ‘빅테크와의 전쟁’ 선포로 받아들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거뒀나.

“플랫폼 관련 기업결합에 적용할 수 있는 경쟁 제한 관련 이론을 처음으로 제시했고 기업결합이 노동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도 명시했다. 예를 들어 같은 마을에 있는 두 병원이 합병하면 간호사 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노동시장의 경쟁을 저해하고 환자 서비스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법무부가 내놓은 2023년 7월 기업결합 심사지침 개정안에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할 경우 개별 거래가 아니라 전체 거래를 보고 시장 지배력 변화 등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과 잠재적 진입자를 배제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결합이 기업 간 구인 경쟁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기업 인수합병(M&A)를 통해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는 빅테크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빅테크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데 반독점 규제가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 아닌가.

“미국 반독점 당국은 100년도 더 된 몇 개 법률을 집행하고 있다. 독점 관련 판례는 1960년대 IBM,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MS), 2023년 구글 등으로 극히 적다. 2010년대 초만 해도 규제 당국이 기술, 시장 지배력의 원천, 기술 기업의 운영 방식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빅테크가 수백 개의 기업을 연달아 인수하자 당국이 더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됐다.”

―지금은 어떤가.

“상황이 달라졌다. 경쟁 정책 담당자들이 업무를 수행하려면 기술, 플랫폼, 최신 비즈니스 모델에 능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 안다. 심지어 규제 당국 수장들이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 AI 공부를 하는 것도 본 적이 있다. 이 결과 최신 기업결합을 평가하는 경제학적 틀이 새 기업결합 심사지침에 반영됐다.”

―빅테크 독점을 막으려면 인접 분야나 비관련 분야의 인수합병까지 규제해야 하나.


“그렇다. 합병으로 인해 시장 경쟁이 감소한다면 규제해야 한다. 독점기업은 종종 자사 제품의 유통을 통제할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하고, 이런 유통 수단을 자사 제품에 유리하게 활용한다. 보완적인 제품을 인수해 시장을 독점적으로 만들고 다른 기업이 진입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빅테크 플랫폼이 검색, 쇼핑, 동영상, 뉴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빅테크의 독점 여부를 판단할 때 시장을 어떻게 획정해야 하나.

“반독점 시장은 기업결합으로 사라질 수 있는 경쟁이 있는 분야로 볼 수 있다. 한 건의 기업결합이 여러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차원의 경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기업이 여러 제품이나 서비스를 묶음(bundle)으로 판매하면 기업결합이 묶음 제품 구매나 묶음 제품 중 일부와 관련한 시장 경쟁을 훼손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업결합으로 경쟁의 편익을 잃는 고객이 있느냐는 점이다.”

―빅테크 플랫폼이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키거나 뉴스를 독점한다는 문제가 있다.

“언론사가 생존하려면 고객을 유인할 역량이 있어야 하며, 뉴스 콘텐츠를 접한 이용자가 해당 언론사의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이 이 언론사를 다시 찾고 구독을 한다. 빅테크 플랫폼은 두 가지 측면에서 언론사를 어렵게 한다. 첫째, 중개인(middle men) 역할을 하며 많은 광고비를 가져간다. 둘째, 클릭을 유인하는 낚시성 헤드라인으로 뉴스 브랜드의 중요성을 떨어뜨린다.”

―빅테크의 뉴스 독점을 막기 위한 해법은.

“언론사들은 전통적으로 광고 수입에 의존한다. 광고주가 지불하는 비용의 대부분이 뉴스 플랫폼이 아니라 언론사에 돌아가는 광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고품질 뉴스를 찾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사람들은 자극적 콘텐츠에 대한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허위 정보와 여론 조작을 막는 데 도움이 되는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 교육 과정도 효과가 있다.”

―독점 빅테크 플랫폼은 분할 명령을 내려야 하나.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경쟁은 일반적으로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 우리는 현재의 소비자뿐 아니라 미래의 소비자도 고려해야 한다. 독점 기업이 반경쟁적 방법으로 신규 경쟁자의 진입을 막을 수 있다면 그 기업이 미래에도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제품과 혁신을 소비자에게 제공할까. 우리는 이미 비대해진 소프트웨어, 고객 서비스 실종, 지배력을 위협하는 기술 변화에 저항하는 기업들을 목격하고 있다. 공격적인 반독점법 집행은 소비자 편익에 도움이 된다. 타협안은 없다. 독점기업은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수천 곳의 혁신적 중소기업이나 수백만 명의 소비자들은 이익을 얻는다.”

―AI와 로봇 기술을 이용한 담합을 우려했는데.


“기업이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가격을 책정하고 상대방 기업에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되면 알고리즘은 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방법을 학습할 가능성이 크다.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가격 인하에 곧바로 대응해 가격을 내리면 먼저 가격을 내린 기업은 이득을 보기 어렵다. 이런 식으로 경쟁사 가격에 대한 모니터링이 자동화되고 가격이 유지된다. 불법 행위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도 역시 불법이다. 알고리즘은 담합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특히 소수의 기업에 집중된 산업에서 더 쉽게 이뤄질 수 있다.”

―유럽과 한국에선 시장 지배력이 큰 빅테크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사전 감시하려는 시도가 있다.

“상당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플랫폼에 대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이 경제 전반에 걸쳐 세금처럼 작용하고 신규 기업의 진입과 혁신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지배력을 통해 얻는 이익이 너무 커서 벌금을 감수하고 반독점법을 위반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면 사전 감시가 필요할 수 있다.”

―AI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많은 나라들이 고령화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 보건 및 노인 돌봄과 같은 분야가 그렇다. 기술을 이용해 보건 및 노인 돌봄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과 경험이 부족한 노동자가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다면 인력 부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경쟁 촉진 정책은 자동화로 절감된 비용을 가격 인하라는 형태로 소비자에게 돌려주게 할 수 있다. 경제 전반에 이익이 되고 소비자는 다른 상품과 서비스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할 수 있게 돼 일자리도 늘어난다. 하지만 기업이 자동화로 인건비를 줄여 얻은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않는다면 불평등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그런 경우 더 많은 재분배가 필요하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을 위한 지원도 더 많이 필요하다.”

그는 미 실리콘밸리 등에서 나오는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정책 대안을 얘기했다”는 말로 대신했다.

에이시 교수는 연세대에서 수여하는 제15회 조락교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이달 말 한국을 방문한다. 연세대 경제연구소 AI임팩트랩과 스탠퍼드대의 AI 안전과 관련한 연구 협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 학자 및 리더들과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기술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에는 세계 전문가들과 정책 문제와 해법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전 에이시 교수는△1970년 미국 보스턴 출생
△1991년 미 듀크대 졸업(경제학 수학 컴퓨터과학 복수전공)
△1995년 스탠퍼드대 경제학 박사
△마이크로소프트 등 근무
△2007년 여성 최초로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상
△2022∼2024년 미 법무부 반독점국 수석 경제학자
△현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박용 부국장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