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관리사 내일 시행] 〈상〉 가사관리사 도입 51년 홍콩 르포 홍콩, 주6일 근무… 가사 대부분 담당 고용주와 따로 식사땐 21만원 추가… 외국인 헬퍼 이용 가정 만족도 높아 韓, 최저임금 적용… 중위소득의 절반 “맞벌이 부담 완화 취지 안맞아” 지적
“킴, 오늘 저녁은 새우계란볶음밥 부탁해요.”
지난달 29일 오후 4시 무렵 홍콩 주룽(九龍) 지역의 한 아파트. 영국계 보험회사에 다니는 켈빈 우 씨(35)의 어머니가 필리핀 출신 가사관리사(헬퍼)에게 저녁 메뉴를 부탁했다. 우 씨의 어머니가 생후 4개월 손자를 봐주는 동안 가사관리사는 우 씨 가족들의 저녁을 준비했다. 오후 6시쯤 퇴근한 우 씨의 아내는 바로 식탁에 앉아 가족들과 식사를 한 뒤 아들을 씻기고 여가 시간을 누렸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시범 도입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3일부터 각 가정에서 첫 근무를 시작한다. 국내에서는 이들을 둘러싸고 최저임금 적용 여부 등의 논란이 진행 중이다. 동아일보는 우리보다 앞서 1973년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를 도입해 51년째 운영 중인 홍콩을 찾아 운영 실태를 살폈다. 현지 맞벌이 부부들은 “(외국인) 헬퍼가 없었다면 지금 같은 생활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29일 홍콩의 한 대학 교직원 관사에서 필리핀 출신 ‘헬퍼’(외국인 가사관리사) 러블리 오르테라스 씨가 고용주 가족의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홍콩=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 홍콩, 월 100만 원이면 입주 헬퍼 고용
반면 3일부터 서울에서 일을 시작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근무지에 상주하지 않고 매일 8시간 출퇴근 근무를 해도 월급이 238만 원이다. 국내 30대 가구의 지난해 중위소득이 509만 원임을 감안하면 소득의 절반을 털어야 고용할 수 있다. 맞벌이 부부 누구나 집안일, 육아 부담을 줄여주고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정책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저렴하니 많이 써… “가족과 시간 더 보낼 수 있어”
홍콩의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은 집안일, 요리, 노인 및 아기 돌봄, 아이 돌보기 등 가정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들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 반면 서울시 시범사업을 통해 고용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업무는 원칙적으로 ‘아이 돌봄’에 한정된다. 이 때문에 맞벌이 부부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업무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홍콩=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