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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재일교포 듀오’의 꿈… “LA올림픽 金 꼭 딸 것”

입력 | 2024-09-02 03:00:00

파리올림픽 메달리스트 김지수-허미미
“지수 언니는 친언니처럼 챙겨줘”… “미미 경기에서 좋은 자극 받아요”
경북체육회 소속으로 서로 의지
“패한 올림픽 경기 떠올라 아쉬워… 아직 바쁘지만 빨리 운동하고싶어”




유도 국가대표 김지수(왼쪽)와 허미미가 지난달 29일 경북 문경체육관에서 파리 올림픽 마스코트인 ‘프리주’ 인형을 함께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문경=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지난달 29일 경북 문경체육관. 아시아 유청소년 유도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던 이곳에서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파리올림픽 유도 메달리스트인 허미미(22)와 김지수(24)가 체육관을 찾았기 때문이다. 경기를 앞두고 몸을 풀던 각국 유망주들이 허미미 김지수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몰렸는데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 근처 문경 국제소프트테니스(정구)장에 있던 주니어 소프트테니스 선수들도 두 선수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 체육관을 찾았다. 허미미와 김지수는 이날 대한유도회가 개최한 파리올림픽 메달리스트 포상금 전달식에 참석하기 위해 문경체육관을 찾았다.

허미미는 “사진을 같이 찍어달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기뻐서 표정도 더 밝게 나오는 것 같다”며 웃었다. 김지수는 “만나는 분들이 ‘눈은 괜찮으냐’고 물으며 걱정해 주신다. 유도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아 감사하다”고 했다. 김지수는 파리올림픽 당시 양쪽 눈 모두 실핏줄이 터진 상태로 경기를 했다. 두 선수는 파리올림픽 혼성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함께 목에 걸었다. 허미미는 개인전 여자 57kg급에서도 은메달을 땄다.

파리올림픽 경기를 마치고 지난달 5일 귀국한 두 선수는 그동안 여러 방송 출연과 행사 참석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허미미는 자신이 평소 팬이라고 말했던 배우 남주혁한테서도 올림픽 메달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허미미는“너무 기뻤다. 하루 종일 고민하다 답장을 보냈다”고 했다. 김지수는 “최근 생방송 프로그램에 나갔는데 너무 떨려서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며 웃었다.

허미미와 김지수는 유도 국가대표팀 내에서도 각별히 친한 선후배로, 자매처럼 지내는 사이다. 두 선수 모두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다. 소속 팀도 경북체육회로 같다. 허미미는 “지수 언니는 친언니 같다. 작은 것까지 하나하나 다 챙겨줘서 정말 고맙다”고 했다. 김지수는 “미미는 나보다 가벼운 체급이어서 대회 때마다 늘 하루 먼저 경기를 하는데 미미에게서 좋은 자극을 받는다”고 했다. 김지수는 63kg급이다.

두 선수는 제일교포 3세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파리올림픽 혼성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함께 목에 걸었다. 뉴스1

두 선수 모두 파리올림픽 시상대에 오르긴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개인전 결승에서 반칙패를 당했던 허미미는 “당시엔 잘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쉬운 마음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 김지수는 “지금도 파리올림픽을 생각하면 패한 경기만 떠오른다”며 아쉬워했다.

두 선두 모두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선 정상에 오르겠다는 각오다. 허미미는 “해보고 싶은 일이 많아 한때는 파리올림픽 때까지만 유도를 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도가 어느 때보다 재밌고 좋다. 올림픽이 끝난 뒤 운동을 제대로 못 했는데 하루빨리 운동하고 싶다”고 했다. 허미미는 4년 뒤 올림픽에 여동생 허미오(20)와 함께 출전하고 싶어 한다. 허미오는 지난달 31일 문경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선수권대회 52kg급에서 은메달을 땄다. 허미미는 “나는 업어치기가, 미오는 허벅다리걸기가 주특기이다. 미오도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좋은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지수는 “파리올림픽 혼성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 마지막에 안바울 오빠가 이기는 모습을 보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는 걸 배웠다. 파리올림픽을 터닝포인트로 삼아 LA에선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말했다.


문경=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