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 회담] 독대 40분 포함 3시간 기싸움 韓 “특권 내려놓기… 면책특권 제한” 李 “대통령 불소추권도 같은 접근을”… 10분 약속한 모두발언 시간 모두 넘겨 李, 큰 테이블에 “화나도 멱살 못잡아” 이재명, 모두발언서 ‘계엄령’ 언급에… 대통령실 “비상식적 거짓 정치 공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회담을 마친 뒤 인사를 나누며 헤어지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약 100분간 비공개로 회담을 한 데 이어, 양당 수석대변인이 공동 발표문을 만드는 40분 동안 독대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수사·기소에 관여한 검사를 상대로 시리즈처럼 해온 민주당의 탄핵은 곧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다.”(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한 대표께서) 법 앞의 평등 말씀하시던데, 제가 보기엔 법 앞에 형식적으로 평등할지 몰라도 검찰 앞에선 불평등하다.”(민주당 이재명 대표)
여야 대표는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회담에 앞서 공개된 모두발언부터 서로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기싸움을 벌였다. 한 대표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언급하자 이 대표는 검찰 수사의 부당함과 한 대표의 회담 태도를 지적하며 맞불을 놨다.
● 李, 큰 테이블에 “화나도 멱살도 못 잡겠네”
첫 회동에 나선 두 대표는 서로 인사를 나눌 때까지만 해도 얼굴에 웃음기를 띤 모습이었다. 이 대표는 올해 4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파란색 넥타이와 태극기 배지를 단 채 회담장에 3분 먼저 도착해 한 대표를 맞이했다. 국민의힘 상징색인 붉은색 계통의 자주색 넥타이를 맨 한 대표는 정시에 회담장에 들어서면서 “반갑다”며 악수를 나눴다.
하지만 모두발언이 시작되자마자 두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날 선 발언을 이어갔다. 여야 합의에 따라 먼저 발언에 나선 한 대표는 4235자 분량의 발언을 이어가며 총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를 겨냥해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재판 기간 중 세비 반납 등 이미 국민 여론이 충분히 공감하고 논의된 특권 내려놓기 개혁을 이번에 반드시 실천해 보자. 면책 특권도 제한하자”고 했다.
한 대표의 발언을 들으면서 메모를 하던 이 대표는 자신의 발언 차례가 되자 “상대에 대한 인격적 존중이 정말로 필요하다. 존중하는 척하고 상대에게서 무언가를 뺏어야겠다는 생각으로는 아무것도 이뤄질 수 없다”고 운을 뗐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적 협상을 하는 당사자로서 한 대표의 회담 태도에 대해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 특권 얘기도 중요하지만, 상응하는 대통령의 (불)소추권에 대해서도 같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행정적 독재 국가로 흘러갈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맞받았다. 이 대표는 이날 키워드 중심으로 준비해 온 메모지를 바탕으로 6110자 분량의 발언을 읽었다. 이 대표는 앞서 윤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에선 15분간 준비해 온 A4용지 10장 분량을 읽었다.
두 대표는 이후 회담장으로 이동해 오후 2시 35분부터 오후 4시 15분까지 약 100분간 양당 수석대변인과 정책위의장이 배석한 가운데 회담을 했다. 이 대표가 회담 시작에 앞서 준비된 원형 테이블에 앉을 때 테이블이 커서 멀다는 손짓을 하며 “이거 화나도 멱살도 못 잡겠네”라고 발언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두 사람은 발표문이 작성되는 동안 약 40분간 단둘이 대화를 나눴다. 두 대표는 독대 과정에서 추후 회동 정례화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시간은 140분에 달했고, 모두발언과 이동 시간 등을 합치면 총 시간은 3시간이 넘었다. 애초 예정된 모두발언과 회담 시간은 합쳐서 110분이었다.
● 이재명 “계엄령” 용산 “거짓 정치 공세”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최근에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 종전의 계엄안을 보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국회의원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 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이것은 완벽한 독재국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