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키 큰 사람, 암 걸릴 위험 높다…왜일까?

입력 | 2024-09-02 10:11:00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기사내용과 무관.


키가 큰 사람이 암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 세계암연구기금(WRF)에 따르면 키가 큰 사람은 췌장암, 대장암, 자궁암(자궁내막암), 난소암, 전립선암, 신장암, 피부암(흑색종), 유방암(폐경 전 및 폐경 후)에 더 취약하다.

왜일까.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하지만 몇 가지 의심 가는 대목은 있다.

‘영국 여성 백만 명 연구’(The UK Million Women Study)에 따르면 조사 대상 암 17가지 중 15가지에서 키가 클수록 발암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키가 10cm 증가할 때마다 전체적으로 암에 걸릴 위험이 16% 증가했다. 남성에게서도 비슷한 증가율이 발견됐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평균 키 165cm인 여성은 1만 명 중 약 45명이 매년 암에 걸리지만 175cm인 여성의 경우 1만 명 당 52명이 암에 걸린다. 실질적으론 인구 1만 명당 7명이 더 많은 매우 작은 위험 증가에 불가하다.

다른 연구에서도, 조사한 23가지 암 중 22가지에서 키가 큰 사람의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가 직접 참여하는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따르면 키와 암 발병 위험 간의 관계는 인종과 소득 수준을 넘어서 나타나며, 키를 예측하는 유전자를 조사한 연구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 이는 암과 키 사이에 생물학적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금껏 제기된 가장 유력한 이론은 키가 큰 사람이 키가 작은 사람보다 더 많은 세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 있다. 예를 들어 키가 큰 사람은 대장 길이가 더 길어 세포 역시 더 많을 확률이 높으며, 이에 따라 더 짧은 사람보다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암 발생 경로는 이렇다. 세포가 새로운 세포 생성을 위해 분열할 때 유전자 손상이 생길 수 있으며, 손상된 유전자가 쌓이면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몸에 더 많은 세포를 가진 사람이 더 많은 세포 분열을 겪게 되며, 이로 인해 암 발생 위험 또한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키가 큰 사람의 발암 빈도가 높은 이유는 세포 수가 많기 때문이며, 남성이 여성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이유(평균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키가 크다)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이론은 불완전하다. 키가 신체 모든 장기의 크기와 비례하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키가 큰 여성이 더 큰 가슴과 난소를 가지고 있을까?

실제 키와 암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한 연구에 따르면 조사한 15가지 암 중 8가지 암에서 장기의 질량이 키와 암의 관계를 설명했다. 하지만 나머지 7개는 이를 설명하지 못 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기사내용과 무관.


다른 이론은 사람의 키를 크게 하는 동시에 암 위험을 증가시키는 공통의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유력한 후보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1(IGF-1)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은 어린이의 성장을 돕고 성인이 된 후에도 세포 성장과 분열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계속한다. 우리 몸은 오래된 세포가 손상되거나 늙으면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좋은 것도 너무 많으면 문제가 된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IGF-1 수치가 평균보다 높은 사람은 유방암이나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 하지만 모든 암 유형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앞서 살펴본 두 가지 요인(더 많은 세포와 더 많은 IGF-1)이 함께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아직은 추정일 뿐이다. 키가 큰 사람이 암에 더 잘 걸리는 이유를 보다 확실하게 알아내고, 그 정보를 암 치료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공중보건대학 수전 조던 교수와 같은 대학 박사 후 연구원 카렌 투슬리 박사는 “키는 암 위험을 아주 조금만 증기시킨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며 우리는 키보다 암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건강한 식단, ▽규칙적인 운동, ▽적정 체중 유지, ▽알코올 섭취 제한, ▽금연 등의 실천을 조언했다.

아울러 키가 크면 심장마비나 뇌졸중 발병 위험이 낮다는 연구결과를 전하며 키 큰 사람들을 위로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