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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두달 앞둔 美, 휴전안 최종 제안한다…“수용 안하면, 중재 중단”

입력 | 2024-09-02 10:56:00


가자전쟁 휴전협상이 공전을 거듭하자 오는 11월 대선을 두달 앞둔 미국이 휴전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휴전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휴전을 중재하지 않겠다는 최후통첩을 날릴 계획이라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자국 행정부 관료들을 인용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인질 6명이 살해된 것을 계기로 전쟁 반대 여론이 고조되자 미국이 휴전협상 고삐를 바짝 조이는 모습이다.

이날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관료들은 WP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재해 온 가자전쟁 휴전협상이 지난달 31일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땅굴에서 미국 시민권자인 허시 골드버그-폴린을 포함한 하마스 피랍 인질 6명의 시신이 발견됨에 따라 다시 한번 긴박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미국이 또 다른 협상 중재국인 이집트·카타르와 함께 이스라엘·하마스에 앞으로 몇주 안에 제시할 휴전 최종안을 조율 중이며, 양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미국도 협상에서 발을 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료는 WP에 협상 중재국들이 타결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 협상을 계속할 수는 없다”면서 “언젠가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인질 사망 사태가 휴전협상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협상 타결의 시급성을 더해 준다”면서도 양측이 이견을 좁힐지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휴전안은 하마스 피랍 인질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맞교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 남은 인질수가 줄어들수록 전쟁 강행 의지를 피력해 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로선 휴전에 나설 동기가 없어진다는 게 관료들의 해석이다.

그럼에도 인질 사망을 계기로 이스라엘 내 반전 여론이 극에 달한 만큼 네타냐후 총리도 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스라엘군의 구출 작전 직전 인질들이 하마스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확인되자 이날 이스라엘 전역에선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협상 타결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려 주최측 추산 70만명이 참석했다. 이스라엘 최대노조 히스타드루트는 오는 1일부터 휴전을 위한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 데니스 로스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W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총파업은 네타냐후 총리의 협상 전략과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군사적 압박이 모두 실패했다는 인질 가족들의 견해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섬멸과 인질 석방을 명분으로 10개월 넘게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전개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부터는 테러 차단을 이유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통제하는 서안지구를 침공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지난달 15~16일과 24~25일 각각 카타르 도하와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렸던 휴전회담에선 미국이 이스라엘·하마스 간 이견을 좁힌다는 의미의 ‘가교 제안(bridging proposal)’을 내놓았지만, 기존 휴전안의 즉각 이행을 고수했던 하마스의 반발만 산 채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가교 제안은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이 제의한 ‘3단계 휴전안’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추가 요구 사항이 담겼다. 정확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자지구 최남단 ‘필라델피 회랑’ 통제권과 귀향자 검문권을 이스라엘이 갖는 방안이 쟁점을 부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이같은 추가 제안이 ‘시간 끌기 전술’이라며 도하·카이로 회담에 불참한 채 중재국들과 개별 논의를 진행했지만, 이스라엘은 기존 휴전안을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미국 정부 관료들은 WP에 가교 제안 속 세부 내용이 조율되고 있으며 지난주에는 인질-수감자 석방 방법이 주로 논의됐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