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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77% 反中”… 美대선 ‘중국 때리기’ 열중

입력 | 2024-09-02 17:25:00


오는 11월 미국 대선과 연방 상·하원의원 선거를 앞두고 양당이 상대 후보를 ‘중국’과 연결 지어 공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인 공화당보다도 민주당 후보들이 중국을 활용한 공격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WP는 광고 추적 업체 애드임팩트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이번 선거운동 주기에서 상·하원 의원 및 대선 후보들이 중국을 언급한 광고가 총 171건이라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중국 관련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2020년에는 중국을 언급한 상원의원 선거 광고의 82%가 공화당 측에서 비용을 댄 광고였다. 반면 올해 같은 기간 발표된 중국 관련 상원의원 선거 광고에서 공화당의 비중은 36%로, 대다수 광고가 민주당 측에서 나왔다.

1일(현지 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박람회를 방문한 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세인트폴=AP 뉴시스


공화당은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중국을 엮기 위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월즈 후보는 1989년 천안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중국에서 1년간 교사로 일했다.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월즈 후보가 지목된 후 선거 유세에서 “해리스가 우리의 공장과 일자리뿐 아니라 러닝메이트까지 중국에 아웃소싱(위탁)할 지는 몰랐다”고 조롱했다. 이에 월즈 후보 측은 그가 중국의 인권 유린에 비판적이었다고 강조하며 “공화당은 독재자를 찬양하고 미국의 일자리를 중국에 보내는 트럼프-밴스 의제에서 주의를 돌리기 위해 기본적인 사실을 왜곡하고 필사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맞섰다.

양당이 선거 유세에서 ‘중국 때리기’에 열중하는 것은 미국 유권자들이 중국의 위협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 2월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선 약 77%의 미국인이 중국을 ‘부정적(unfavorable)’으로 바라본다는 결과가 나왔다. WP는 “민주당·공화당 모두, 많은 미국인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잘못된 대처, 펜타닐 위기, 미국 경제 불황을 두고 비난하는 국가(중국)와 연결 지은 공격이 당선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밥 케이시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민주) 선거 캠프는 지난달 7일 공개한 선거 광고에서 “데이브 맥코믹 공화당 후보(사진)는 펜타닐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선거 광고 영상 캡처


특히 중서부 상원의원 선거 격전지에 출마한 민주당 의원과 후보들이 이 같은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의 밥 케이시 상원의원(민주)은 공화당 후보인 데이브 매코믹 전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대표가 “중국 최대 펜타닐 제조사에 투자했다”고 주장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매코믹 후보 측은 펜타닐 원료 의약품을 제작하는 중국 제약회사였다고 반박하며, 케이시 의원이 전기차 세액공제를 높이는 등 “중국 전기차 산업을 부유하게 만들었다”고 맞섰다.

이런 추세가 미국 내에서 고조되는 반(反)중 정서를 반영하는 측면도 있지만, 내년 1월 새로 구성될 의회가 여론을 의식해 더 강경한 대(對)중 정책을 펼치도록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미 의회는 중국을 겨냥한 법안을 발의하는 데 초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은 미 의회에서 발의한 대중국 법안이 2013년에 비해 2021년 6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해 법안 발의가 급증했다.

다만 선거 유세에서 중국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기면서 중국계 등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불똥이 튈 우려도 있다. WP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중국이 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고조되자 지역 사회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을 겨냥한 증오 범죄가 급증했던 사례를 들었다. 매체는 “정책과 수사를 통해 중국의 악의적인 관행을 겨냥하는 것과, 중국인과 중국계 이민자들 전체를 비난하는 것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