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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함께 떠나요! 세계지리 여행]세계평화와 핵무기는 공존할 수 있을까

입력 | 2024-09-02 22:51:00

미국-러시아-중국 등 핵무기 보유
핵미사일 발사 땐 즉시 보복 가능
대규모 전쟁 방지하는 효과도 있어
핵무기 추가 개발-보유 제한 받자… 전차 등 재래식 무기 중요성 부각



이란 관영 매체 IRNA가 올해 4월 14일(현지 시간) 보도한 이란의 미사일 발사 모습. 이란은 올해 4월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을 폭격하자 같은 달 13, 14일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해 탄도·순항 미사일 150여 발 등을 발사하는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위력이 너무 큰 탓에 공격에는 재래식 무기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 출처 IRNA 홈페이지



지난달 15일은 광복절이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말미에 미국은 일본에 거듭 항복을 권했으나 일본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미국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했고, 원자폭탄의 위력과 그로 인한 피해에 놀란 일본은 항복하게 됩니다. 이후 일제의 식민 통치에 신음하던 국가들이 독립했고, 우리 역시 광복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선 원자폭탄으로 21만 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실전에서 핵무기가 사용된 당시의 참사는 인류의 뇌리에 핵무기의 위력을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번 세계지리 이야기는 막강한 위력을 가진 핵무기를 둘러싼 국가 간 대립 구도에 관한 내용입니다.

● 원자폭탄 개발과 원자력 발전 시작

20세기 초 인류는 우라늄 연쇄 분열 반응을 인지하고 분열 과정에서 막대한 열에너지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무기 개발에 활용하고자 시작된 계획이 유명한 ‘맨해튼 프로젝트’입니다.

미국의 주도하에 5년간 진행된 이 프로젝트의 결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이 개발됐습니다. 또 맨해튼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인류는 원자력을 이용한 전기 생산 기술을 개발했고 원자폭탄 투하 10년 후인 1956년 영국은 인류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인 콜더홀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게 됩니다. 핵기술은 비록 무기로 시작했지만 원자력 발전소로 거듭나며 현재까지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소중한 발전 수단으로 자리잡았습니다.

● 핵확산금지조약과 핵무기 보유국

원자폭탄의 막대한 위력에 놀란 세계 각국은 2차대전이 마무리된 후 앞다퉈 핵무기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소련을 시작으로 영국, 프랑스, 중국이 연달아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하면서 핵무기 보유국은 5개국으로 늘었습니다. 핵무기는 그 위력이 너무 막강했기에 핵무기의 무분별한 확산을 우려한 국제연합(UN)에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만들고 5개국 외에는 추가적으로 핵무기를 개발·보유하지 못하게 제한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NPT 가입국으로 핵무기 개발과 보유에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외에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로는 NPT에 가입하지 않은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NPT 가입 후 탈퇴한 북한이 있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오랜 앙숙 관계로 상호 견제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했으며 이스라엘은 주변 아랍국가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여건 때문에 미국의 묵인하에 핵무기를 개발했습니다. 북한 역시 독재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했습니다. NPT는 인류 평화를 위해 필요한 조약임이 분명하지만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와 미가입국 및 탈퇴국에는 핵무기 개발 및 보유 제한이 적용되지 않아 불평등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 상호확증파괴와 재래식 무기의 부활

현재 각 나라가 보유한 핵무기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보다 수백 배 더 강력한 수소폭탄입니다. 만약 다시 한번 핵무기가 실전에 사용된다면 그 피해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참상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참혹할 것입니다.

게다가 당시에는 원자폭탄을 비행기에 직접 실어 투하했지만, 현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개발돼 버튼 하나만 누르면 태평양이든 대서양이든 넘어 순식간에 상대방 국가로 수소폭탄을 날려 보낼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누구든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면 즉시 상대방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지정학자는 이런 상태가 오히려 대규모 전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실전에서 누군가 핵무기를 사용하는 순간 다른 핵무기 보유국도 보복을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보니 인류 공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핵 보유국 사이에 대규모 전쟁이 발생하지 않는 상태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를 상호확증파괴에 근거한 평화라고 합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서도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 등 다른 국가로부터 핵무기 보복을 받을 수 있기에 러시아는 핵무기를 보유만 한 채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대신 전차와 대포 같은 재래식 무기가 오히려 활용되면서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입니다. 전차와 대포 기술이 뛰어난 우리나라의 무기 수출이 활기를 띠게 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핵무기가 없지만 핵무기가 가진 특수성 덕에 오히려 재래식 무기를 해외에 많이 수출하게 된 걸 보면 지정학적 나비효과는 좀처럼 예측하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안민호 마포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