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논란이 정치권에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1일 여야 대표 회담 모두발언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최근에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게 기폭제가 됐다. 대통령실에선 바로 “거짓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2일 “사실이 아니라면 국기 문란”이라며 가세했다. 민주당은 “계속 제보를 듣고 있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고교 선배인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게 발단이 됐다. 방첩사령관도 같은 고교 출신이라는 점이 맞물리면서 “윤 대통령 탄핵 상황이 오면 계엄을 선포할 우려가 있다”, “최근의 흐름은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등 민주당 의원들의 의혹 제기가 잇따랐다. 2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계엄령 대비를 위한 친정 체제를 구축 중이고 후보자의 용도가 그것”이라고 주장했고, 김 후보자는 “청문회는 거짓 선동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맞받으며 언쟁이 벌어졌다.
▷계엄은 군이 치안을 강화하는 ‘경비계엄’과 군이 사법과 행정을 포함해 국정 전반을 관장하는 ‘비상계엄’으로 나뉜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군이 체포·구금, 언론·출판·집회·결사 등도 통제할 수 있다. 계엄사령관이 핵심적 역할을 하지만, 계엄사령관을 추천하고 지휘·감독할 권한은 국방부 장관에게 있다.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할 수도 있다. 이런 자리에 대통령의 최측근을 앉히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한동안 사라졌던 계엄 논란이 되살아난 것은 2018년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이후의 혼란에 대비해 기무사가 ‘계엄 문건’을 만든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계엄령 선포 직후 야당 의원들을 체포한다는 등의 내용도 들어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최종 보고서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고, 실질적인 실행 계획이었다는 점도 입증되지 않았다. 계엄령하에서 겪었던 고통의 기억을 안고 사는 이들이 지금도 있다. 누구라도 계엄을 언급할 때는 신중했으면 한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