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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의 국회 개원식 불참은 어찌 됐든 납득하기 어렵다

입력 | 2024-09-02 23:30:00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식 겸 9월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국회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2대 국회가 어제 임기 시작 96일 만에 개원식을 열었다. 1987년 지금 헌법으로 개정된 이래 ‘87년 체제’에선 가장 늦은 지각 개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역시 87년 체제 첫 대통령 불참이다. 대통령실은 “특검과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하고 나서 대통령을 초대하는 것이 맞다”고 불참 배경을 밝혔다. 이로써 22대 국회는 시작부터 최장 지각 개원에 첫 대통령 불참까지 두 가지 불명예를 기록하게 됐다.

22대 국회 개원식이 늦어도 한참 늦어진 것은 여야의 힘겨루기, 특히 국회 권력을 쥔 야당의 힘자랑 탓이 크다. 애초 개원식은 7월 5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4·10총선 압승을 내세워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강행 처리에 나서면서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불참을 선언하고 대통령 불참까지 건의했다. 그렇게 무기한 미뤄지다 22대 첫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어제야 열렸다. 최근 여야 합의에 따라 22대 첫 민생법안들이 통과되고 그제 여야 대표회담도 이뤄지는 등 여야 협력 기류 속에 겨우 개원식이 열린 것이다.

여권은 윤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도 그런 무한 정쟁을 유발한 거대 야당 탓이라며 야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을 불러다 피켓 시위를 하고 망신 주기를 하겠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지난해 대통령 시정연설 때 악수를 청한 윤 대통령을 쳐다보지도 않거나 “그만두라”고 말하기도 한 야당 의원들의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이번 개원식 불참은 매우 실망스럽다. 어떤 상황이든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대한 인정, 나아가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회견에서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국회 상황”이라고 개탄했지만, 그 스스로 민주화 이후 어느 대통령도 하지 않은 선택을 한 셈이 됐다. 역대 대통령들은 지금 못지않거나 더 험악한 정치 상황 속에서도 국회 개원식을 빠지진 않았다.

윤 대통령은 야당 협력 없이는 원활한 국정 운영을 할 수 없는 여소야대의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듯하다. 여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정의 무한책임을 지는 대통령에게 다수 야당이 장악한 국회를 외면하거나 무시할 권리는 없다. 그래도 참석은 해야 한다는 용산 참모들은 없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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