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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韓-李 지구당 부활 적극 논의… ‘차떼기’ 흑역사 벌써 잊었나

입력 | 2024-09-02 23:27:00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회담을 마친 뒤 각당 당대표실로 향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첫 대표 회담에서 지구당 부활을 적극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여야는 이미 지구당 부활 법안을 여럿 상정한 상태다. 1962년 시작된 지구당 제도는 부패정치의 상징으로 여겨지다 한나라당의 대선 차떼기 사건 후인 2004년 정치개혁 이름으로 폐지됐다. 지구당이 부활한다면 현역 의원에게만 허용되는 정치후원금 모금을 원외 지구당 위원장도 할 수 있게 된다. 또 지역구별로 유급 직원을 둔 사무실을 정식으로 만들 수 있다.

한 대표는 “정치 신인에게 공정 경쟁을 허용하는 지구당 부활이 이제는 정치개혁”이라고 말한다. 당 내부에선 총선 때 수도권 열세 만회를 위해 “선거 직전 영입하기보다는 4년 동안 현장을 뛴 원외 정치인이 필요하다”란 얘기가 나온다. 이 대표도 “지구당 부활은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열성 당원의 영향력이 큰 민주당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권한 강화를 위해 지역 풀뿌리 조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번 합의는 지구당이 왜 폐지됐는지를 까맣게 잊은 결과다. 지구당은 지난 시절 지역 정치인과 토착 세력의 결탁 공간으로 퇴행했다. 후원금을 받은 원외 정치인이 사업 이권과 지방선거 공천이란 반대급부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 20년이 흘렀으니 이젠 달라졌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여야는 그 후로도 당 대표 선거 때 돈봉투를 돌리다가 적발되곤 했다.

정당들이 내세우는 정치 신인 발굴과 풀뿌리 정치를 위해선 탈 많았던 지구당 말고도 여러 방법이 있다. 현역 의원만 할 수 있는 의정활동 보고서 배포나 문자 홍보 기회를 신인에게도 제공하고, 현역에게 유리한 현수막 거리 게시 기준을 고치는 등 개선책을 마련하면 된다. 4년마다 총선 선거구 획정을 늦추면서 신인들이 출마할 곳을 몰라 속 태우게 하는 꼼수를 그만 부리는 것도 신인에게 도움이 된다.

두 정당은 지금껏 지구당 부활의 장단점을 충실히 설명한 적이 없다. 이러니 두 대표가 2027년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에서 원외 위원장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것에 이해관계가 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정당은 과거에도 지구당 부활에 동의했다가 비판적 여론 때문에 포기한 적이 있다. 이번엔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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