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도우미 오늘 시행] 〈하〉 가사관리사 관리문제 겪는 홍콩 개별 가구가 직접 고용하는 방식… 인권침해에 헬퍼 범죄도 늘어 韓도 비슷한 문제 직면 가능성… 업무 명시-가구 책임 강화 등 조치를
1일 홍콩 센트럴 HSBC은행 본사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들. 휴일인 이날은 상인들이 파는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홍콩 도심은 주말이 되면 길거리에서 가사관리사들이 모여 쉬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홍콩=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보스(고용주) 집에는 두 살 된 아이랑 8개월 된 갓난아기가 있거든요. 더워도 여기서 쉬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해요.”
1일 낮 12시경 홍콩 센트럴에 위치한 랜드마크 백화점 인근 도로. 휴식을 취하던 로위나 오베나 씨(42)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이날 홍콩은 습한 날씨 탓에 체감온도가 41도에 달했다. 하지만 도심 곳곳엔 거리로 나온 외국인 가사관리사(헬퍼)들이 가득했다. 그는 “집에 있으면 휴무인데도 일하지 않는 게 눈치 보인다”고 했다.
● 거리로 쏟아지는 홍콩 외국인 헬퍼들
홍콩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12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의 32.5%가 가사관리사를 고용하는데 대부분 외국인이다. 홍콩 거주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33만 명이 넘는다.
홍콩은 각 가구 개별 고용으로 비용을 월 4870홍콩달러(약 84만 원)까지 낮출 수 있었다. 하지만 가구별 차이가 있다 보니, 임금 체불이나 인권 침해 등 각종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 30년간 가사관리사로 일했다는 한 필리핀 출신 헬퍼(60)는 “사업가인 고용주가 20대 외국인 헬퍼에게 약물을 먹이고 성폭행해 논란이 됐다”며 “오래된 음식이나 가족이 먹다 남긴 음식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헬퍼 비토비나 씨(38)는 “주말마다 모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헬퍼를 도울 방법을 찾는다”며 “임금이 체불되거나 고용주와 갈등을 빚어 집에서 나와 불법 체류를 하며 다른 일자리를 찾기도 한다”고 밝혔다. 올 초에는 필리핀 출신 헬퍼 5명이 시내에서 도박을 하다 적발돼 경찰에 체포되는 등 범죄를 저지르는 외국인 헬퍼들도 증가하고 있다.
● 한국도 유사 문제 직면 가능성
국내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체류 연장도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최대 4년 10개월간 체류할 수 있는 비자(E-9)로 입국했지만, 중개 업체와의 계약 기간은 약 7개월에 불과하다. 이 기간이 끝나면 무엇을 할지 정해져 있지 않은 것. 사적 계약 방식이 도입될 경우 이들이 비자 만료 이후에도 한국에 남아 불법 체류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유사한 문제를 겪었던 홍콩은 외국인 헬퍼들에게 영주권 신청 자격을 부여하지 않고, 계약 만료 후 14일 이내 출국하도록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고용주에게 약 500만 원의 보증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외국인 헬퍼가 불법 체류자가 되면 정부가 보증금을 몰수한다. 에릭 퐁 홍콩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주가 헬퍼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도 명확히 해야 불필요한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