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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서 몰래 가상화폐 채굴… 장비 빼돌려 비밀공간 차려

입력 | 2024-09-03 03:00:00

식품연구원 실장 감사서 덜미



GPU 서버 2대 무단 설치.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감사위원회 제공



한국식품연구원 직원이 연구원 내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공간에 가상화폐 채굴 서버를 몰래 설치해 1년 이상 채굴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감사 과정에서 이 사실이 적발돼 해당 직원은 해임 처분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NST 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식품연 특정감사 보고서를 발표하고 식품연에 A 실장을 해임할 것을 요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 실장은 2022년 연구원에서 고가의 그래픽처리장치(GPU) 12개를 빼돌렸다. 이를 이용해 가상화폐 채굴용 서버를 만들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원들이 드나들지 않던 홍보실 내 창고에 채굴 공간을 마련했다. 그는 연구원 예산으로 에어컨 등 채굴에 필요한 장비를 구매했고 별도의 전기시설 공사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실장은 2022년 4월 처음 채굴 서버를 설치했고 지난해 9월 발각됐다. 식품연이 내부 물품 수량 조사 중 GPU 수량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고 자체 조사를 벌여 인가되지 않은 외부망이 연결돼 있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식품연의 정보보호 시스템하에서는 가상화폐 채굴과 전자지갑 관리 등이 불가능하지만 외부망을 이용해 우회 접속하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A 실장은 가상화폐 채굴용 GPU를 구매하기 위해 소속 직원의 계정까지 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속 직원들에게 GPU 구매를 지시했으나 구매가 늦어지자 본인이 직접 소속 직원의 계정으로 접속해 GPU를 구매한 것이다.

NST 감사위원회는 A 실장으로 인해 발생한 연구원의 손해가 약 786만 원이라고 추정하고 이를 회수하도록 식품연에 요구했다. 또 A 실장이 근태 기록을 부정으로 등록하고 사문서를 위조한 점 등을 들어 해임하도록 권고했다. 이 외에도 식품연의 보안 강화를 위해 망 분리 운영 실태를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