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뒤로 물러서지만, 그(해리스)를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
미국 대선 경쟁이 노동절(9월 첫째 월요일) 연휴를 지나 중대 고비에 진입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선 후보’가 아닌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의 조력자이자 ‘대리인’으로 선거 캠페인에 적극 참여할 것을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TV토론 준비에 집중할 해리스 후보 대신 격전지를 방문해 자신의 지지층인 노동조합·고령 유권자를 공략할 예정이다.
노동절인 2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지역 노조 강당에서 진행된 합동 선거 유세 중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을 가리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바이든 대통령의 고향이자 미 대선 격전지 중 한 곳이다. 피츠버그=AP 뉴시스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델라웨어주에서 2주간의 휴가를 마친 바이든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를 시작으로 위스콘신, 미시간 등 2020년 대선에서 그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이긴 ‘블루 월(blue wall)’ 주들을 방문한다. 해리스 후보가 10일 예정된 첫 TV 토론을 앞두고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줄이는 시기와 맞물려 ‘대리인’으로 유세에 나서는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대선 후보 확정 후 해리스 후보와의 첫 합동 유세에서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뤄냈다”며 “카멀라와 나는 진전을 이어갈 것이고, 그는 이것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며 해리스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유세에서 자신을 연설의 영예로운 자리에 놓기보다 해리스 후보를 소개하며, 민주당이 이제 해리스의 당이라는 것을 암시했다”고 평가했다.
2일(현지 시간) 델라웨어주 리호보스 비치에서 워싱턴으로 복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내려 걸어가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민주당은 친(親) 노조를 표방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 유권자의 표심을 결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노동 총연맹 산업별 회의(AFL-CIO)에 따르면 블루 월 주 유권자 5명 중 1명이 노조 유권자이며, 특히 펜실베이니아는 유권자 22%가 노조 유권자다.
바이든 대통령은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도 강세를 보여왔다. 후보직 사퇴 전인 6월 폭스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체 유권자에서 트럼프 후보를 2%포인트 앞선 반면 65세 이상 유권자층에서는 트럼프 후보를 15%포인트 앞섰다. 미치 랜드리우 해리스 선거캠프 공동의장은 CNN에 “물러나겠다는 그(바이든)의 사심 없는 행동은 믿을 수 없는 신뢰를 줬다”며 “그는 인기가 많기 때문에 부통령의 강력한 대리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도 경쟁력이 의문시돼 인기가 떨어지며 후보직을 사퇴하게 된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 캠페인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해리스 후보에게 (유세장에) 바이든을 데려오는 것은 기회이자 위험”이라며 “그는 바이든의 짐을 원하지 않지만, 동시에 그가 선거 승리에 도움을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