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뉴시스
폭스바겐이 공장 폐쇄에 나선 건 36년 전, 미국 웨스트모어랜드에 있는 공장 하나뿐이다. 독일에서는 1937년 창립 이래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일찍이 중국 시장에 진출해 중국 자동차 시장을 장악했던 폭스바겐이 이젠 장성(長成)한 중국산 자동차의 ‘역공’에 시달리는 신세가 된 것이다.
● 비용 절감 나서는 세계 2위, 폭스바겐
2일(현지 시간)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 등에 따르면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자동차 산업이 몹시 어렵고 심각한 상황에 있다”며 “포괄적인 구조조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공장 폐쇄도 이제는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지 매체 슈피겔은 이 조치가 실행되면 현지에서 일자리 약 2만 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다니엘라 카발로 노사협의회 의장은 “수익성과 고용 안정성이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는 수십 년간의 합의에 경영진이 의문을 제기했다”라며 “우리 일자리와 노동 현장, 단체협약에 대한 공격”이라고 날 선 비판을 내놨다.
● 위기의 獨 자동차-해외 시장 확장 나선 中
노사화합과 고용안정의 상징이던 폭스바겐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한 것은 그만큼 회사가 직면한 상당한 위기 의식을 보여준다. 폭스바겐이 직전 15년간 판매량 1위 자리를 놓치고 있지 않았던 중국 자동차 시장에선 지난해 중국 토종 전기차 브랜드인 비야디(BYD)에 밀려 2위로 밀려났다. 중국 전기차는 중국시장에서 폭스바겐을 위축 시킨데 이어 유럽 본토로 세를 확장 중이다.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20년 2.9%에서 지난해 21.7%로 18.8% 포인트 증가했다.
게다가 마더팩토리(핵심 생산시설)가 있는 독일의 제조 환경이 어려워 진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에너지 비용 상승에 더해 1분기(1~3월) 전년동기 대비 실질임금 상승율은 독일 역대 최대치인 3.8%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비용 압박에 놓여 있다. 블루메 CEO는 “ 제조업의 본거지로서 독일은 경쟁력 측면에서 더욱 뒤처지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독일 생산 비용 부담 증가라는 일차적인 원인에 이어 중국산 저가 전기차와의 경쟁이 이번 구조조정 정책에 방아쇠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