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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11곳서 거부…열경련 28개월 여아, 한달째 의식불명

입력 | 2024-09-03 18:06:00

두 살배기 여자아이가 열과 경련으로 위급한 상황에서 응급실 11곳으로부터 진료를 거부당해 결국 의식불명에 빠졌다. (사진=KBS) [서울=뉴시스]


28개월 여아가 수도권 병원 응급실 11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은 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상태로 한 달째 누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4일 오후 8시 40분경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거주하는 28개월 여아가 열경련 증상을 보여 함께 있던 어머니가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원은 오후 8시 51분경 현장에 도착해 서울 및 경기 지역 병원 응급실 11곳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병원들은 ‘전문의 부재’ 또는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들며 수용이 어렵다고 답했다고 한다. 오후 9시 18분경에야 40km가량 떨어진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에서 수용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고 여아는 신고 1시간 5분가량 지난 오후 9시 45분경 응급실에 도착했다. 응급실에선 약물 치료를 받고 경련이 멈췄지만 뇌에 손상을 입어 한 달가량이 지난 현재까지도 의식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3일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적절하게 응급 이송이 안 됐던 것인지 확인 중에 있다”며 “초기 대응 과정에서 개선할 점은 없었는지 등은 의학적으로 세밀히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의료 역량의 한계 속에서 이런 사고들이 빈발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광역지자체에 ‘조사명령서’를 보내고 여아를 받지 않은 병원을 조사해 응급의료법 위반 사항이 있다면 처분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법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하거나 기피할 수 없다.

한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전 8시 25분경 서울 용산구 국방홍보원 신청사 공사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높이 4m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급대원이 오전 8시 41분경 도착해 여러 병원에 연락했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약 11km 떨어진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실에 사고 발생 후 1시간 12분 만에 도착했다. 이 환자는 이날 낮 12시 11분경 뇌출혈로 숨졌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송진호 기자jino@donga.com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