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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페어 4배 성장 이끈 ‘MZ 컬렉터’… 구매자 40%가 2030세대[양정무의 미술과 경제]

입력 | 2024-09-03 23:00:00

미술품 전시-판매하는 아트페어
활기찬 아트페어, MZ 취향 저격… SNS 타고 문화적 ‘핫플’로
국내서 아트페어 매주 1개꼴 열려… 키아프-프리즈 오늘 동시 개막
글로벌 아트딜러 수백명 집결




《그림은 두 번 태어난다. 화가의 손에서 한 번, 그리고 컬렉터의 품 안에서 또 한 번. 그림은 화가의 작업실에서 탄생하지만, 진정 작품이 되려면 컬렉터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사실 오늘날 우리가 미술관에서 마주하는 작품들은 컬렉터에 의해 선별된 극히 일부의 것이다. 과거에 그려진 수많은 그림 중에서 미술시장에서 컬렉터의 선택을 받은 극소수만이 미술관이라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실낱같은 기회가 주어진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미술이 컬렉터의 눈에 들어 작품으로 변신하는 짜릿한 순간을 목격하기에 아트페어만큼 매력적인 공간은 없다. 눈앞에 있는 그림 옆에 막 판매 완료 마크가 붙거나, 바로 옆에서 아트 딜러와 컬렉터가 진지하게 흥정하는 장면을 마주치게 되면 미술시장이 더 이상 막연한 세계로 보이지 않게 된다.

아트페어는 이렇게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아트딜러와 컬렉터들을 생동감 있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들의 거래 장면까지도 한자리에서 보여준다는 점 때문에 대체 불가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아트페어는 현재 국내외 미술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7년간 한국 미술시장의 흐름을 정리할 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아트페어에서 일어났다. 우리나라의 미술품 거래는 크게 세 개의 유통 영역에서 이뤄지는데 첫째가 화랑, 둘째가 경매시장, 셋째가 아트페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간 화랑을 통한 미술 거래가 109%(2406억 원→5022억 원), 경매는 137% 성장할 때(984억 원→2335억 원), 아트페어는 349% 성장했다(673억 원→3020억 원). 수치로 보면 2022년 한국 미술시장의 호황은 뚜렷하게 아트페어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세계미술 시장에서도 아트페어의 비중은 상당하다. 지난 10년간 세계미술 시장 규모는 대략 600억 달러로 알려져 있다. 2020년 코로나의 영향으로 503억 달러로 축소된 후 2021년 659억 달러, 2022년 678억 달러로 연속해서 상승하다가 2023년에 들어 650억 달러로 소폭 축소된다. 아트페어는 2023년 매출액 중 29%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한편 아트페어 숫자의 증가도 주목된다. 2005년에 국제 규모의 아트페어가 전 세계에서 68개가 열렸다면, 2012년에는 189개, 2019년에는 408개까지 그 수가 증가한다. 팬데믹 시기에는 333개로 줄었지만 2024년에는 최소 377개가 열릴 것으로 추정한다.

이렇게 아트페어가 국내외적으로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서 활기찬 아트페어의 분위기가 MZ세대의 취향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연구도 있다. 미술 같은 엘리트적 문화소비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아트페어가 소셜미디어에 의해 문화적 ‘핫플’로 떠올랐다. 2022년 키아프(Kiaf·Korea International Art Fair)의 경우, 21∼40세 관람객이 전체 신규 관람객 중 60.4%로 절반 이상이었다고 한다. 이들의 참여는 구매에서도 두드러졌는데 전체 작품 구매자 중 MZ세대의 비율이 40%였다. 그간 미술계가 기대하던 신규 컬렉터의 등장을 아트페어가 이끌고 있다.

현재 한국에선 2022년 기준으로 아트페어가 연간 71개나 열린다. 이 정도면 매주 전국 어디선가 아트페어가 한 개 이상 열리는 셈이다. 한국에서 첫 아트페어가 열린 해는 1979년이다. 이해에 한국화랑협회가 연합해서 화랑미술제를 열었고, 이 경험을 토대로 해외 화랑들과 연계해 국제적 행사로 만든 한국국제아트페어 키아프는 2002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을 찾은 관객들. 올해도 4일부터 코엑스에서 키아프(Kiaf) 서울과 프리즈 서울이 동시에 개막한다. 뉴시스 

그리고 2022년부터 키아프는 영국의 아트페어 기업 프리즈와 5년간 동시 개최하게 된다. 키아프는 프리즈와 코엑스에서 층을 달리하지만 함께 열리면서 확실히 국제적인 행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프리즈의 국내 유치가 해외 거대 자본의 국내 미술시장의 잠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기대했던 한국 미술시장의 국제화 효과도 분명 나타나고 있다.

마침 4일은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이 동시 개막하는 날이다. 이번 키아프에 참여한 207개 갤러리 중 해외 갤러리는 75개, 프리즈 서울에 참가한 110개 갤러리 중 해외 갤러리는 80여 개다. 다시 말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 유수 갤러리를 이끄는 아트딜러 수백 명이 지금 이 순간 서울에 모여 있다는 말이다. 이는 앞으로 최소 일주일간 세계 미술시장에 관한 뉴스 중에 많은 부분이 서울발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잠시나마 서울이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이 된다는 느낌이 그리 나쁘지 않다. 이러다 정말 서울이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이 될지도 누가 알겠는가. 한국 미술시장의 힘찬 도약을 기대해 본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