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실종된 후 지금까지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은 18세 이상 성인이 68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매년 실종 신고되는 성인은 약 7만 명이며 이 중 300명은 ‘미해결’ 상태로 남는다. 6월 말 현재 ‘미해결’ 성인 실종자는 6809명, 이 가운데 실종 신고된 지 10년이 넘은 장기 실종자가 53%인 3628명이다.
성인 실종 사건이 장기 미제화하는 데는 미성년자 실종 사건과 달리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탓이 크다. 18세 미만인 경우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며 적극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실종아동법에 따라 가족의 유전자(DNA) 정보를 파악해 무연고자나 변사자가 발견되면 대조해 찾아준다. 하지만 성인은 지체장애인, 치매 환자같이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법적 근거가 없어 DNA 정보를 활용할 수 없다. CCTV를 확인하려 해도 법원 영장이 필요해 수사가 지연된다. 올 4월 경기 파주 호텔에서 여성 2명이 살해됐을 때 경찰이 실종 신고 접수 후 CCTV 영상을 확보하는 데만 13시간이 걸렸다.
실종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족의 고통은 배가된다. 최근 고교생 딸이 실종된 후 25년간 찾아다니다 숨진 아버지의 사연이 알려졌는데 실종자가 성인이라고 고통의 무게가 다르지 않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만난 69세 남성은 24세에 실종된 아들을 찾아 21년째 전국을 뒤지고 다닌다. 이 남성은 “전국 경찰서를 돌며 DNA 대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아들이 죽었다면 시신이라도 보게 해달라”고 했다. 실종된 어머니를 20년 넘게 찾고 있는 64세 아들도 “저승에 가야 우리 엄마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제발 시신이라도 찾게 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