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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악과 만나는 마포 M클래식축제… 손일훈 “자유로운 예술혼 만끽하길”

입력 | 2024-09-04 03:00:00

9년째 맞이한 축제서 첫 예술감독
‘보헤미아의 숲에서’ 두차례 기획
전석 매진 인기 힘입어 다시 선보여



마포문화재단의 올해 M 클래식 축제 ‘보헤미아의 숲에서’ 예술감독을 맡은 작곡가 손일훈은 “여러 장소를 다니며 자신의 예술을 펼치는 음악가들은 ‘보헤미안’의 운명을 타고났다”고 말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보헤미아는 오늘날의 체코 서부를 뜻하는 지명이죠. 하지만 ‘보헤미안’은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방랑자들과 자유로운 예술혼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작곡가 손일훈(34)이 마포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제9회 M 클래식축제 ‘보헤미아의 숲에서’ 예술감독을 맡았다. M 클래식 축제는 국내 기초 지방자치단체 주최 클래식 축제로는 예외적으로 8년 동안 480여 회 공연을 통해 아티스트 6000여 명이 참여하고 관객 66만 명을 동원했다. 올해는 지난달 31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열린 ‘모던가곡 I’을 시작으로 12월 10일까지 총 22개 공연을 마련했다. 이 축제에 예술감독이 위촉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마포문화재단의 요청을 받아 두 차례 ‘보헤미아의 숲에서’라는 제목의 공연을 제작했죠. 전석 매진됐고, 당시의 호응이 올해 M 클래식축제 ‘보헤미아의 숲에서’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이번 축제에서 특히 공을 들인 부분은 여섯 차례 열리는 실내악 시리즈 ‘보헤미아의 숲에서’다. 축제 제목과 시리즈 제목이 같다. 피아니스트 박종해, 플루티스트 조성현, 호르니스트 김홍박 등 출연자들을 그가 섭외했고 선곡도 출연자들과 함께 하나하나 공을 들였다. 10월 23일 시리즈 네 번째 콘서트 ‘림(林)’에는 정가 조윤영 등 국악인들이 출연해 음악을 통한 동과 서의 만남을 선보인다. 10월 29일 ‘아시아 피아노 트리오’에는 중국 바이올리니스트 장팅슈오, 일본 피아니스트 오사다 유스케가 한국 첼리스트 이호찬과 호흡을 맞춘다.

“‘보헤미아의 숲에서’는 본디 안토닌 드보르자크가 작곡한 피아노 연탄곡 제목이죠. 그중 ‘고요한 숲’이라는 곡이 특히 유명합니다. 야나체크, 라이하, 마르티누, 수크 등 수많은 작곡가들이 보헤미아의 풍광과 정신을 음악에 담아냈어요. 그들의 작품을 다양하게 소개하는 시간이 될 겁니다.”

10월 18일 열리는 교향악 시리즈 메인 콘서트 프로그램도 그의 손에서 나왔다. 권민석 지휘 M 클래식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말러 교향곡 1번과 브람스 ‘이중 협주곡’을 바이올린 이재형, 첼로 채훈선 협연으로 연주한다. 손일훈은 “이중 협주곡은 브람스 특유의 ‘자유롭지만 고독하게’라는 보헤미안적 정신을 구현한 곡이다. 말러 교향곡 1번도 초기 가곡집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 선율들이 들어 있는 만큼 방랑하는 보헤미안의 정신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음악원 재학 시절 작곡 교수 얀 판더퓌터와 함께 피아노를 치면서 공부한 손때 묻은 피아노 연탄용 악보를 펼쳐 보였다.

손일훈은 헤이그 왕립음악원 석사와 최고과정을 마쳤다. 10인조 실내악 연주단체 클럽M의 상주 작곡가이며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의 음악극 ‘숨’ 작곡을 맡는 등 작곡가와 기획자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다. 올해 M 클래식축제에서는 개막 공연인 8월 31일 ‘모던가곡 I’ 콘서트에서 그가 나태주 시에 곡을 붙인 가곡 ‘소망’을 바리톤 양준모가 노래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