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철씨 “살려야겠다는 생각뿐” 소화기로 진화까지… 손님 등 탈출 2011년엔 성추행범 추적해 붙잡아
1일 전남 영암군 화재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 및 화재 진압을 도운 김수철 씨. 그는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수철 씨 제공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무조건 뛰어갔다.”
전남 영암군 성인게임장 방화 사건 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소화기로 게임장 문을 부수고 화재 진압을 시도한 한 시민의 용기 있는 행동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인 김수철 씨(55)는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해당 사건은 1일 오후 1시 반경 영암군 삼호읍 한 상가건물 1층 성인게임장에서 벌어졌다. 중국 국적 불법체류자 A 씨(63)가 불을 질러 손님 2명이 중상을 입고 종업원과 손님 등 2명이 경상을 입었다. A 씨는 화재 현장에서 숨졌다.
김 씨는 ‘사람부터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변에 보이는 나무 의자를 집어 들고 무작정 게임장 유리문을 치기 시작했다. 그즈음 경찰도 도착해 삼단봉으로 유리문을 함께 두들겼다. 하지만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방법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김 씨는 급히 주변을 둘러본 뒤 건너편 수산물 시장 앞에 비치된 붉은색 소화기를 발견했다. 그는 달려가 소화기를 들고 와 다시 유리문을 내리쳤다. 그제야 문은 부서졌다. 김 씨는 내친김에 소화기 호스를 뽑아 진화까지 시작했다.
김 씨가 급박하게 움직인 2, 3분 동안 안에 있던 손님과 종업원 등 4명은 뒷문으로 탈출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때는 소방관들도 도착해 본격적인 진화 작업이 이뤄졌다.
김 씨는 유리문을 부수는 과정에서 유리 조각에 손이 찢어졌으나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 아픈지도 몰랐다고 한다. 그는 “유리를 깨면 사람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부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