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2024.09.03. 뉴시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0% 오르며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오름 폭을 보였다. 국제유가가 안정되며 석유류 상승 폭이 줄어든 데다 농산물 가격 오름세도 한풀 꺾인 영향이 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0% 올랐다. 2021년 3월(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물가상승률은 올 4월(2.9%)부터 5개월 연속 2%대를 이어 가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석유류 물가가 0.1% 상승하면서 전달(8.4%)보다 오름 폭이 크게 줄었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1년 전 상승 폭이 워낙 컸던 탓에 오름세가 적게 나타나는 기저효과가 영향을 미쳤다. 농축수산물은 2.4% 올랐는데, 이 중 농산물이 3.6% 올라 전달(9.0%)보다 상승 폭이 크게 둔화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축산물 물가가 3월 정점 이후 점차 상승 폭이 둔화하다 안정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채소, 과일, 수산물 등 55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도 3.2% 오르며 전달(7.7%)보다 상승 폭이 크게 줄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0%와 같아지면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재도 이날 열린 ‘2024년 G20 세계경제와 금융안정 콘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해 볼 시기가 됐다며 “금융 안정 등을 봐서 어떻게 움직일지 적절한 타이밍을 생각해 볼 때”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물가가) 우리가 생각한 경로대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집값 상승으로 인해 가계부채가 증가하면서 금융 불안이 커진 것은 변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가 안정돼 가고 있는 만큼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등이 한은의 금리 인하 폭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