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원내대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의회독재? 진짜 독재는 대통령이 하고 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하는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도대체 누구에게 어떤 보고를 받기에 국민의 눈높이와 한참 동떨어진 인식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동화 속 ‘벌거벗은 임금님’이 현실에 존재한다면 딱 저런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에서 “비상 진료 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며 현실과는 동떨어진 상황 인식을 드러낸 데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향해선 ‘채 상병 특검법’ 수용을 압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만 자가 넘는 분량의 연설에서 대부분 윤석열 정부 비판에 집중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한민국은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다. 국민안전, 민생경제,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가 위기에 빠졌고 헌정질서마저 위험에 처했다”며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을 언급했다. 최근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딥페이크 범죄 피해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그는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정부 부처 수장은 6개월째 공석이고 올해 관련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면서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켜야 할 정부는 보이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회. 뉴시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21차례 법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강도 높게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당은 야당이 의회독재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진짜 독재는 대통령이 하고 있다”면 “대통령의 거부권이 ‘상수’가 된 현실은 어느 모로 보나 정상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해임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친일파 명예회복을 주장하는 자를 독립기념관장에 앉히고 일제강점기에 우리 국민이 일본 국적이었다고 주장하는 자를 노동부 장관에 임명하는 등 헌법을 부정하는 자들을 공직에 임명하는 반헌법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독립기념관장 김형석과 고용노동부장관 김문수, 이 두 명의 반국가관을 가진 공직자를 즉각 해임함으로써 헌법 수호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헌에는 속도를 내자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논의는 오래 전부터 나왔지만 번번이 정치적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정쟁화되며 불발됐다”며 “한꺼번에 바꾸는 것이 어렵다면 합의 가능한 것부터 순차적으로 바꿔가는 지혜를 발휘하자”고 말했다. 이어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 도입은 합의 가능한 만큼 22대 국회에서 개정하자”며 “늦어도 내후년 지방선거 때까지 개헌을 완료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금개혁에 대해선 “21대 국회에선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매듭지어야 한다”고 했다.
교섭단체 대표연설 하는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뉴시스
정부·여당에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를 제안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며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의료계와 정부도 참여해 사회적 대타협을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내수 경기 진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표 발의한 민생회복지원금법은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이라고 했다. 해당 법안은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앞두고 있다.
한동훈 대표를 향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 수용을 강하게 압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해병대원의 억울함을 풀고 수사외압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정쟁이 아닌 정의 실현”이라며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세우기 위해 민주당은 (한 대표가 말한) 제3자 추천안을 수용하겠다는 대승적인 결단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한동훈 대표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차례”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 4번째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했다. 한 대표가 제안했던 ‘제3자(대법원장) 특검 추천’을 반영했으나 이에 대한 ‘비토권’을 야당에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