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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대공습 하루 만에 키이우·리비우도 공격…우크라는 내각 전면 쇄신

입력 | 2024-09-04 14:34:00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 뉴시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중부 도시 폴타바에 대공습을 가한 지 하루만인 4일(현지 시간)에도 수도 키이우와 폴란드 국경으로부터 70㎞가량 떨어진 서부 도시 리비우를 공습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2명이 사망하는 등 현재까지 최소 2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우크라이나 내각에서는 4명의 장관급 각료가 사임했다. 가을 대반격에 앞서 행정부 전반을 쇄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서부 도시 리비우를 미사일과 무인기(드론)을 이용해 공습했다.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는 “국방부가 현재 공격을 격퇴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0시를 기점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우크라이나 통신 UNN에 따르면 리비우에서는 주택 건물이 공습을 받아 화재가 발생한 상황이다. 막심 코치즈키 리비우 주지사는 “리비우에 대한 야간 공격으로 사상자 23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중 2명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자에는 어린이도 포함돼있다고 UNN 통신은 전했다.

리비우와 70㎞가량 떨어진 폴란드도 이날 방공망을 활성화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닿은 폴란드는 동부 최전선인 우크라이나가 함락당하면 러시아의 공격이 자신들을 향할 것이라는 우려에 사태를 예의주시해왔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에 대규모 공습을 받은 폴타바에서는 사망자 수가 최소 51명으로 증가했다. 부상자 수도 최소 271명으로 늘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폴타바 공격은 방공 시스템 부족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공격에 취약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며 “우크라이나의 명백한 군사적 결함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군은 “관련 기관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조사 중이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3일 우크라이나 내각에서는 올하 스테파니시나 유럽 통합 담당 부총리, 올렉산드로 카미신 전략산업부 장관, 데니스 말류스카 법무부 장관, 루슬란 스트릴레츠 환경보호‧천연자원부 장관 등 4명이 사임 의사를 밝히며 내각의 3분의 1이 공석이 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가을은 우크라이나에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모든 결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국가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에서도 개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으로 집권 여당 ‘인민의종’의 데이비드 아라카미아 의원은 “장관의 절반 이상이 바뀌는 ‘리셋’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3일 지난 달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주 기습 이후 처음으로 미 NBC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우리는 러시아 땅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삶의 방식을 러시아에 도입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현재로서는 러시아 영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3일(현지 시간) 몽골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우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과 함께 걷고 있다. 울란바토르=AP 뉴시스

우크라이나에 대공습을 가하는 와중에도 푸틴 대통령은 몽골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ICC 회원국인 몽골에서 푸틴 대통령은 체포되기는커녕 환대를 받고 러시아로 돌아갔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