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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떠나는 英이코노미스트誌 “거만과 편집에 빠진 중국” 쓴소리

입력 | 2024-09-04 14:46:00

“미국은 중국이 ‘뚱뚱한 고양이’가 되라지만 ‘강한 호랑이’가 되고 싶어해”
“성과로 통치 정당성 주장하던 中 공산당, 경제 악화해 조정 필요해져” 진단



ⓒ뉴시스


중국이 내부적으로 이념 교육과 사상 통제를 강화하고 ‘반(反) 간첩법’을 통해 중국에서의 정보 수집과 전달에 대해 엄격해지면서 외신 기자들의 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말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베이징 지국장 데이비드 레니(53)가 베이징특파원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쓴 고별 칼럼이 화제다.

그는 ‘거만과 편집증에 빠진 중국의 신시대’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6년 반 동안 베이징에서 근무하고 떠나는 심경을 밝혔다.

그의 칼럼과 X(옛 트위터)에는 떠나는 그의 마음을 대변하듯 배낭을 멘 남자가 침울한 표정으로 마오쩌둥의 동상 앞에 서 있는 삽화를 올렸다.

그는 X에 “6년의 세월과 220개의 차관(茶館)이라는 이름의 칼럼을 마치고 이제는 베이징을 떠날 때가 되었다”며 “모험이자 특권이었다”고 고별사를 올렸다.

그가 칼럼에서 자신을 3인칭으로 두고 글을 쓴 점이 독특하다.

그는 고별 칼럼에서 “6년 반 동안 중국의 허세가 세계를 갈라놓는 것을 보았다”며 “시진핑은 행동과 말로 21세기 중반까지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저지하거나 저항하지 못할 만큼 강력해지려는 야망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시진핑은 이런 지위 달성을 위해 모든 국제 규범과 규칙에 도전하고 재정의하거나 불신을 나타내 세계 질서를 내부에서 재편하고자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지도자들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기술적, 경제적, 지정학적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을 늦추거나 막으려 하는 것을 시진핑은 용납할 수 없었다.

중국의 한 학자는 미국은 중국이 무해한 소비재를 생산하는 ‘뚱뚱한 고양이’가 되라고 하지만 호랑이처럼 강해지고 싶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미국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야망을 가진 두 개의 거대 강대국이라는 것이 레니의 진단이다.

퓨리서치 센터의 조사에서 성인 대부분이 중국을 지지하는 부유한 나라는 싱가포르 한 곳뿐이지만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에서 중국은 극심한 빈곤에서 벗어나는 영감을 주는 나라로 여겨진다.

중국이 얼마 전만 해도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 외국 비평가들의 말을 듣고 인용했지만 시진핑의 중국에서는 건설적인 비판조차 중국을 억누르려는 계략으로 볼 만큼 바뀌었다.

그는 중국에서 취재 보도는 ‘충격적으로 외로운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미국 기자들이 괴롭힘으로 인해 추방되거나 밀려났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많은 중국 기자들을 추방해 빌미를 제공했지만 그럼에도 뉴욕타임스가 10명에서 2명, 월스트리트저널이 15명에서 3명, 워싱턴 포스트는 2명에서 0명으로 줄어든 것은 큰 변화라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은 서구의 체제에 대한 온갖 비판에도 이른바 중국식 현대를 이룬 ‘성과의 정통성’을 주장하지만 경제가 둔화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러자 서방의 민주주의가 혼란스러운 것을 두고 ‘재앙적인 상태’라며 중국 체제의 안정성과 ‘인민 민주주의’를 강조한다. 하지만 그는 중국은 기껏해야 질서에 집착하는 정당이 정의한 대로 다수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국가라고 규정한다.

그는 당의 통치 모델에 의문을 제기하면 반역자로 선언하고 모든 외국의 감시는 일종의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