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운동 확산 ‘기대반 우려반’
플랫폼 2곳 가입자 10만명 육박
기업들 정관 변경-합병 철회 잇따라
“주가 띄워 먹튀… 시장 혼탁” 지적도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1500주가량 보유한 직장인 유모 씨(34)는 최근 소액주주 플랫폼을 통해 두산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하는 단체행동에 참여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려는 계획이 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유 씨는 “원전 사업 확대 가능성을 보고 두산에너빌리티에 3년 넘게 투자하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합병 소식으로 주가가 떨어져 손실이 크다”고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 플랫폼서 몸집 불린 소액주주들
정부의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정책 추진과 함께 주주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줬다. 허권 헤이홀더 대표는 “2022년 이후 국내 주가가 부진한 데다 주주 권리나 지배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등 여러 조건이 맞물려 소액주주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세차익 목적 소액주주 운동은 경계”
소액주주 운동에 동참하는 이들은 이 같은 주주들의 단체행동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단기 주가 부양 목적으로 이합집산하는 소액주주 운동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소액주주 운동이 이슈 몰이에 성공하면 주가 상승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소액주주연대 일부가 이탈해 차익 실현을 하는 모습도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자칫 불공정 거래 행위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황세운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해외 사모펀드가 ‘먹튀’ 행태를 보였던 것처럼,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소액주주 운동을 활용하면 시장 혼탁을 증가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세 조종 세력에 의한 불공정 거래 행위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당국의 감시 활동이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주주운동을 단기 수익보단 장기 성장 관점에서 전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은 “경영자 입장에서 유망 기업을 키우기 위해선 배당이나 주가 부양보다는 투자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가가 하락하면 소액주주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기업 경영에 대한 시각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이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양측 모두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