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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분양가, 매매시세보다 26% 비쌌다

입력 | 2024-09-05 03:00:00

본보, 아파트 분양-매매가 분석
공사비 급등-고가단지 분양 몰린 탓
“집값 부추겨 부동산 시장 자극 우려”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매매시세보다 26%나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매매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분양가가 더 가파르게 오른 것이다. 공사비가 급등한 데다 최근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고가 단지들의 분양이 몰린 영향이 크다. 분양가와 매매가 격차가 크면 집값을 자극해 부동산 시장을 더 과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본보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와 KB부동산의 평균 매매시세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두 지표 모두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계산해 비교했다.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15억3123만 원으로 같은 면적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12억1335만 원)의 1.26배였다. 2년 전인 2022년 7월 매매가의 73% 수준이던 분양가는 지난해 12월 매매가를 역전했다.

분양가가 급등한 가장 큰 원인은 공사비 인상이다. 원자재 가격, 인건비 등을 반영한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7월 130.1(잠정)이다. 5월(130.2) 이후 2개월 연속 전월보다 하락했지만 2020년 연평균(100)에 비하면 여전히 30% 높다.

분양가 상한제(분상제)가 적용되는 서울 강남·서초구에서 올 들어 역대 최고 분양가 단지가 세 차례나 나온 것도 공사비 영향이 크다. 올해 2월 서초구 ‘메이플자이’가 3.3㎡당 6705만 원에 분양했다. 아파트 3.3㎡당 분양가가 6000만 원을 넘은 첫 사례였다. 인근 단지인 ‘래미안원펜타스’가 지난달 3.3㎡당 6736만 원에 분양하며 역대 최고가를 다시 썼다. 이달 분양 예정인 강남구 ‘청담르엘’ 3.3㎡당 분양가는 7209만 원에 이른다.

지난해 1월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민영주택에 대한 분상제가 폐지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과 맞물려 인기 지역에 수요가 쏠렸기 때문이다. 이에 민간 시행사나 정비 사업 조합들이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분양가를 높여도 물량이 완판되는 시장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1월 비강남권인 광진구에서 3.3㎡당 1억 원이 넘는 가격에 분양한 ‘포제스 한강’이 대표적이다. 포제스 한강 시행사는 원래 도시형생활숙박시설을 지을 계획이었다. 분양가 규제가 풀리자 고급 아파트로 사업을 변경했다. 강북권에서도 잇달아 분양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6월 분양한 서울 마포구 ‘마포자이힐스테이트라첼스’ 3.3㎡당 분양가는 5150만 원이었다. 이달 1순위 청약을 접수한 성동구 ‘라체르보 푸르지오 써밋’의 분양가는 3.3㎡당 5232만 원이었다.

공공이 대규모 택지를 개발해 아파트를 짓던 과거에는 민간에 땅을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분양가를 낮추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민간 주도의 재건축이나 재개발 비중이 커지면서 과거처럼 분양가를 낮추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과거처럼 저렴한 분양가로 집을 공급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진단했다.

결과적으로 분상제가 가격 안정 효과보다는 정비 사업 진행을 더디게 하는 부작용만 낳았다는 지적도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분상제를 적용해 시세보다 싸게 분양해도 금세 주변 시세에 따라붙는 ‘자석 효과’가 나타나면서 분양가와 매매가가 서로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며 “분양가를 통제하면 사업성이 낮아져 민간 정비사업의 공급을 지연시키는 부작용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