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크리스토퍼 로스코 인터뷰
아버지의 작품 ‘No. 10/Brown, Black, Sienna on Dark Wine (Untitled)’(1963년) 옆에 선 케이트(왼쪽)와 크리스토퍼 로스코. 이번 전시는 이우환 작가가 로스코 재단과 협업해 직접 큐레이팅을 맡았다. 로스코 재단이 제공한 작품 목록 중에서 이우환이 자신의 작품과 조응한다고 느끼는 작품을 선별해 전시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김민 문화부 기자
로스코가 세상을 떠날 때 19세, 6세의 어린 나이였지만 그 후로 지금까지 작품을 보존, 연구하며 알리는 그의 자녀 케이트와 크리스토퍼 로스코를 3일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에서 만났습니다. 케이트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작품을 지키기 위해 소송까지 치러야 했고, 크리스토퍼는 로스코의 글을 모은 책을 편집하거나 전시 큐레이팅을 담당하는 로스코 전문 연구자입니다. 두 사람에게 로스코에 대해 물었습니다.
모차르트를 사랑한 화가
“아버지와 함께 늘 음악을 들었고 누가 훌륭한 작곡가인지 토론했어요. (어떤 음악을 좋아하셨나요?) 모차르트, 모차르트, 모차르트, 모차르트, 슈베르트요(웃음). 아버지는 정말 모차르트를 사랑했습니다.”
“로스코는 캔버스 위에 직사각형을 그냥 던지는 게 아니라 아주 세밀하고 정확하게 관계를 설정해요. 그런 세밀함이 모차르트의 음악과 닮았죠.”(케이트)
그가 작업할 때는 모든 것을 차단하고 음악을 튼 채 완전히 그림에 몰입했다고 합니다. 케이트는 “작업실 전화벨이 오랫동안 울려도 무시하고 집중한 적도 있고, 작품이 어느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오롯이 혼자인 상태에서 그림을 그렸다”고 했습니다.
유럽을 바라보던 뉴요커
마크 로스코의 ‘No. 5’(1964년·왼쪽)와 ‘무제’(1963년). 페이스갤러리 제공
“당시 뉴욕은 대공황으로 많은 사람이 가난을 겪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로스코는 이때 아주 붐비는 지하철이나 도시를 그렸는데, 그런 곳에선 인간성을 잃는 듯한 기분이 들잖아요. 그런 불안감이 그림에서 느껴지는 건 맞아요.”(크리스토퍼)
“저는 아버지가 ‘완전한 미국인’이 되지는 못했다고 생각해요. 어떤 점에서 아버지는 항상 고향인 유럽을 바라보는 것 같았고요. 물론 뉴욕은 이민자의 도시였으니 아버지를 ‘뉴요커’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100% 미국인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다만 케이트는 로스코의 작품이 말년으로 갈수록 어둡고 우울해졌다는 세간의 말은 맞지 않다고 했습니다. “로스코는 평생 인간의 조건과 감정 같은 본질적 문제를 파고들었던 작가입니다. 초기인 1940년대에 단순한 시각 언어로 관객에게 감정을 직접 전달하는 것을 고민해 글로 남기기도 했죠. 이때부터 그는 추상을 생각했습니다.”
몰입 속 대면하는 삶의 질문들
“우리는 왜 여기에 있고 죽음 뒤에는 무엇이 있나. 이런 삶의 진지한 질문을 그림으로 던지려 한 듯해요. 작품이 슬픈 게 아니라 그것을 봄으로써 깊은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죠. 우리는 평소 슬픔과 불안을 억누르려 하잖아요. ‘오늘 뭐 먹지? 내일 뭐 하지?’ 같은 생각으로 그것을 피하는데, 그렇게 깊이 눌렀던 감정들을 그림 앞에서 느꼈으면 한 것이죠.”
케이트는 갤러리에 전시된 회색과 검은색이 있는 작품 ‘무제’(1969년)를 보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라고 느꼈다”며 “후기 작품들은 마지막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다른 시작이었다”고 했습니다.
크리스토퍼는 “로스코가 어떤 패턴을 생각해 내고 같은 그림을 몇백 개 그렸다는 생각이 있는데 몇 분만 그림을 직접 봐도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버지가 남긴 그림을 보며 저는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이 그림에선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했을까? 어떤 질문을 했을까? 여기선 어떻게 풀려고 했을까?’ 제가 글을 쓸 때 앉는 의자 맞은편엔 늘 아버지 그림이 있는데요. 아버지가 해결해야 했을 문제들을 바라보며, 글쓰기가 막힐 때면 고개를 들어 그림을 보고 도움을 받습니다.”
로스코가 인생의 문제를 대면하고 풀어내려 노력한 흔적들. 페이스갤러리에서 이우환의 작품과 함께 10월 26일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