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함께 모여서 송편을 빚으니 마치 가족 같네요.”
쪽방촌 주민 한종희 씨(71)가 녹두 앙금이 들어간 송편을 정성스레 빚으며 말했다. 24년째 쪽방촌에서 홀로 살고 있다는 그는 “30년 전 가족과 함께 추석을 맞았던 기억이 난다”라며 웃음 지었다.
한가위를 앞둔 4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송편 꽃’이 활짝 폈다. 이날 서울역 쪽방 상담소는 KT의 후원으로 ‘행복 송편 만들기’ 행사를 진행했다. 쪽방촌 주민 40여명과 KT 임직원 자원봉사자 20여명이 함께 모여 송편을 빚었다. 참가자들은 전문 강사의 인솔하에 쌀 반죽을 곱게 편 뒤 깨, 콩, 녹두 등을 소를 넣고 꽃 모양으로 빚어냈다.
행사에 참여한 쪽방촌 주민 백광헌 씨(66)는 “12년간 혼자 살며 ‘명절에 뭐 하세요?’라는 흔한 질문이 먹먹하게 다가올 때가 많았다”라고 했다. 그는 “송편을 빚으니 이제야 곧 추석이라는 게 실감난다”고 말했다. 행사를 기획한 전익형 서울역 쪽방촌 상담소 실장은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외롭지 않은 한가위를 보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