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파란 눈, 오뚝한 코, 붉은 입술, 맑고 흰 피부. 한눈에 봐도 이목구비가 선명한 미인이다. 짙은 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핀으로 고정한 희고 커다란 두건을 쓰고 우리를 응시하고 있다.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된 그녀는 대체 누구이고 왜 저리 큰 머리 장식을 했을까?
그림의 모델은 화가의 아내라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근거는 없다. 여자가 쓴 머리 장식은 15세기에 유행하던 ‘헤닌’이란 모자다. 당시 궁중 여인들이 선호하던 모자로 이상적인 아름다움과 정숙함을 상징했다. 여자는 깍지 낀 두 손에 반지를 여러 개 꼈다. 날개형 헤닌, 손에 낀 반지, 양모 드레스 등으로 볼 때 모델은 베이던의 아내처럼 브뤼셀에 살았던 중산층 기혼 여성임을 알 수 있다.
화가는 가로세로 선의 조화를 통해 이상적이고 정숙한 여성상을 표현하고 싶었겠지만 그 선들로 인해 여자는 틀 안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만다. 비록 입술을 꼭 다물었지만, 입 가리개를 내린 여자는 눈빛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다. 틀을 벗어나고 싶다고.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