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3일 국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안 후보자는 이날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공산주의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이 국가인권위원장에 적임인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안 후보자는 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성별, 인종, 성적 지향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면서 “이 법이 도입되면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수 있고, 에이즈 같은 질병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성범죄와 관련해선 “신체 노출과 그에 따른 성충동으로 인해 성범죄가 급증할 수 있다” 등의 주장을 폈다. 기독교 신자인 그는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친다면 창조론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는 종교적 소신도 거듭 드러냈다.
공안검사 출신인 안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시절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에 반대하는 등 소수자 권리와 관련해서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안 후보자에 비판적인 시민단체는 “안 후보자의 인권의식이 참담하다. 인권위가 종교 수호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고, 지지 단체들은 “국민 다수의 보편적 인권을 중시하고 국가인권위를 정상화할 적임자”라며 맞서고 있다. 인권위원장 임명을 놓고 이렇게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다.
2001년 출범한 인권위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인권 침해와 차별 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다. 그런 점에서 인권위는 인권을 침해당할 우려가 큰 소수자나 약자를 보호하는 게 조직의 존재 이유라 할 수 있다. 인권 침해와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예민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기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