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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인권위원장 이런 논란의 인물이어야 하나

입력 | 2024-09-04 23:24:00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3일 국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안 후보자는 이날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공산주의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이 국가인권위원장에 적임인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안 후보자는 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성별, 인종, 성적 지향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면서 “이 법이 도입되면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수 있고, 에이즈 같은 질병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성범죄와 관련해선 “신체 노출과 그에 따른 성충동으로 인해 성범죄가 급증할 수 있다” 등의 주장을 폈다. 기독교 신자인 그는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친다면 창조론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는 종교적 소신도 거듭 드러냈다.

공안검사 출신인 안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시절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에 반대하는 등 소수자 권리와 관련해서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안 후보자에 비판적인 시민단체는 “안 후보자의 인권의식이 참담하다. 인권위가 종교 수호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고, 지지 단체들은 “국민 다수의 보편적 인권을 중시하고 국가인권위를 정상화할 적임자”라며 맞서고 있다. 인권위원장 임명을 놓고 이렇게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다.

2001년 출범한 인권위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인권 침해와 차별 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다. 그런 점에서 인권위는 인권을 침해당할 우려가 큰 소수자나 약자를 보호하는 게 조직의 존재 이유라 할 수 있다. 인권 침해와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예민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기관이다.

그런 점에서 안 후보자가 저서나 강연 등을 통해 종교적 소신이나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은 자유지만, 인권위원장 자리에 적임인지는 의문이 든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두고 찬반 논란이 분분하지만 유엔의 여러 인권기구는 한국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해 왔다. 차별금지법에 대해 명백하게 반대 의견을 밝혀온 안 후보자가 인권위원장에 취임할 경우, 국제 사회에도 부정적인 인식을 줄 우려가 있다. “공산주의 혁명” 운운도 일반적인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의 성격을 고려할 때 굳이 안 후보자 같은 인물을 앉혀야 하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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