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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현지 자선병원 운영… “승합차 타고 전국서 찾아”

입력 | 2024-09-05 03:00:00

김우정 헤브론병원 의료원장 인터뷰
의료봉사 계기로 정착해 개원
비용 자율인데 3분의 1은 지불
봉사 관심 있는 의료진들 환영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자선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우정 헤브론병원 의료원장. 프놈펜=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병원 문을 닫아 직원들 월급을 못 줬습니다. 다행히 2021년 아산상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 3억 원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 문을 닫을 줄 알았는데 역시 길이 생겼습니다.”

지난달 27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난 김우정 헤브론병원 의료원장(선교사)은 현재 전립샘암으로 투병 중이다. 하지만 이날도 아픈 몸을 이끌고 회진하며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헤브론병원은 한국 의료진이 운영하는 종합병원 규모의 현지 자선병원이다. 김 원장은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한 뒤 국내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운영하다 2006년 캄보디아 의료봉사를 계기로 현지에 정착했다. 열악한 의료 환경을 경험한 뒤 2007년 다른 의사들과 함께 가정집을 개조해 무료 진료 병원을 열었다. 2010년에는 3층 규모로 확장했고, 현재는 5층 규모 병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루 평균 400명 넘는 환자들이 방문해 올해 외래환자만 1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원장은 “차량으로 대여섯 시간 떨어진 곳에서도 환자들이 온다. 11인승짜리 승합차에 40명이 타고 와서 진료를 받기도 한다”며 “환자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화장실, 빨래방, 샤워실 등이 갖춰진 대기실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후원금을 받긴 하지만 돈을 안 받고 환자를 진료하다 보니 경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폭우가 쏟아져 2개월 동안 병원이 물에 잠긴 적도 있었다. 현재는 병원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희망자에 한해서만 진료비를 받는다. 김 원장은 “진료비 기준은 딱히 없다. 환자들에게 돈이 있으면 내라고 한다”며 “놀랍게도 환자 3분의 1가량은 자발적으로 진료비를 낸다”고 말했다.

헤브론병원 의료진의 한 축은 한국과 미국, 호주, 홍콩 등 전 세계에서 봉사하러 온 의사들이다. 연간 40여 개 팀, 100명 넘는 의사들이 다녀간다. 일반외과와 산부인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흉부외과 등 진료 과목도 다양하다. 헤르론병원 소속 전임 의료진은 일반 진료와 수술, 환자 관리 등을 맡는다. 혈액투석기 23대, 선천성 심장 수술을 할 수 있는 의료기기 등도 확보하고 있다. 이곳에선 연간 60건 이상의 심장 수술도 이뤄진다.

김 원장은 “현재 갑상샘암, 유방암, 부정맥치료, 간암색전술 등의 진료를 할 수 있다. 재활치료, 정형외과 등으로 더 확장해 소외받는 환자들을 돌보고 싶다”며 “해외 의료봉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언제든 연락해 달라”고 말했다.



프놈펜=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