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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피해 손자가 안고 뛰어내렸지만…90대 할머니 끝내 숨져

입력 | 2024-09-05 10:20:00

4일 오전 6시 29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 탑동 한 건물 3층에서 화재가 났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불이 난 집에서 30대 손자에게 안긴 채 밖으로 대피했던 90대 할머니가 끝내 숨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4일 오전 6시 29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 탑동 한 건물 3층에서 연기가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건물은 1층에 상가, 2층에 교회, 3층에 주택이 있는 구조다.

주택에 거주하던 남성 A 씨(37)는 집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한 걸 알아차린 뒤 할머니 B 씨(95)와 함께 계단으로 탈출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집안에 연기가 가득 차 현관문으로 대피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 씨는 B 씨를 안고 안방 창문을 통해 건물에 붙어있는 2층 높이 패널 지붕 위로 뛰어내렸다. A 씨는 거동이 불편한 B 씨를 우선 지붕 위에 남겨둔 채 지상으로 내려와 119 신고를 시도했다. 당시 이미 목격자에 의해 신고가 접수된 뒤였다.

소방이 패널 지붕 위에 있는 할머니를 구조하고 있다. 채널A

소방 당국은 신고 접수 약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으며, 인명 피해를 우려해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이후 펌프차 등 장비 32대와 인원 96명을 동원해 30여 분 만에 불을 모두 끄고, 패널 지붕 위에 있던 B 씨를 구조했다.

당초 A·B 씨 모두 생명에 지장이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식 저하 상태로 인근 병원에 이송됐던 고령의 B 씨는 치료 도중 끝내 숨졌다.

손자 A 씨는 상반신에 2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 영등포 한 화상 전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A 씨는 최근 건강이 악화한 할머니를 보살피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주민은 “손자가 엄청 착하고 할머니에게 잘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현장 감식을 통해 자세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