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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드라마 본 죄”…수갑 채워진채 고개 푹 숙인 北소녀들

입력 | 2024-09-05 12:16:00

ⓒ뉴시스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10대 소녀들에게 수갑을 채워 체포하고, 가족 신상까지 공개하며 비판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4일 KBS는 북한 당국이 주민과 군인 교육용으로 제작한 영상을 입수해 공개했다.

영상에서 소녀들은 고개를 숙인 채 맨 앞줄에 줄지어 앉아있다. 이어 마스크를 벗은 채 마이크 앞에 선 소녀는 울음을 터트렸다.

화면에는 ‘김○○ 송신기술고급중학교 학생(16살)’이라며 신상이 담긴 자막이 삽입됐다.

여학생들이 마이크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괴뢰(한국) 텔레비전극(드라마)을 비롯한 불순 출판 선전물을 시청·유포시킨 여러 명의 학생을 법적으로 엄하게 처벌했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다.

10대 여학생들의 손목에는 수갑도 채워졌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돌려 봤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딸자식 하나 바로 교양하지 못해서 범죄의 구렁텅이에 굴러떨어지게 한 자신(모친)이 맡은 학생들에 대한 교육, 교양을 했으면 얼마나 잘했겠습니까?”라는 등 가족의 신상을 밝히며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KBS에 따르면 이 같은 영상들은 모두 10여편, 2시간 넘는 분량으로 대부분 2021년 5월 이후 제작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중국과의 교역 중단 이후 경제난이 심화하자 북한 당국이 주민 동요를 막기 위해 통제를 강화하면서 인권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북한 당국은 한국 문화 확산을 생사의 문제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단속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께 공개된 북한군 교육 영상에서는 20대 북한군 병사가 한국 콘텐츠 시청을 자백했다. 그는 “나는 내가 이용하던 손전화기로 미국 영화 15편과 남조선 괴뢰 영화 17편에 127개, 괴뢰 노래 160여 곡을 시청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사의 어머니는 아들이 군에서 한국 영상을 보다 체포됐다며 오열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불순 녹화물을 보다가 단속 체포됐다고 말해 줬다. ‘내 아들이 아닌 역적을 낳았구나!’ 하며 또다시 통곡했다”고 했다.

북한 당국은 “사회 손전화기(휴대전화)로 ‘불순 녹음 녹화물(남한 영상)’을 구입·시청·보관하고 유포시키며, 이 과정에 오염된 ‘괴뢰(남한) 말투’로 통보문(문자)까지 주고받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며 “군인, 종업원, 가족들에 이르기까지 이 악성 종양과의 투쟁을 자기 생사 문제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영상은 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군사과학교육영화촬영소가 2020년에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 정권은 한국 등 외부 콘텐츠를 체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2020년 12월 남측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고 시청자는 최대 징역 15년에 처하는 내용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는 등 외부 문물 유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