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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전세주택 26%에 무단 점유자 거주”

입력 | 2024-09-06 03:00:00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 주택 매입해
HUG가 시세보다 싸게 주택 공급
기존 집주인과 계약한 임차인 거주
퇴거 지연땐 ‘든든전세’ 공급 차질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공급하는 ‘든든전세주택’ 4곳 중 1곳에 무단 점유자가 거주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무단 점유자들이 자진 퇴거하지 않고 버틸 경우 법적 절차를 밟아야만 해 전세 공급 속도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5일 HUG가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든든전세를 도입한 이후 HUG가 지난달 28일까지 경매로 낙찰받은 든든전세는 총 1153채였다. HUG가 이 중 306채에 대해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조사가 완료된 152채 중 39채(25.7%)에 무단 점유자가 거주 중이었다. 4채 중 1채꼴이다. 나머지 154채는 조사가 진행 중으로 무단 점유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HUG 든든전세는 무주택자에게 시세의 90% 수준으로 제공하는 공공 전세다.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 주택을 경매로 낙찰받은 뒤 새로운 임차인에게 세를 놓는 방식이다. HUG가 집주인이라 임차인은 보증금 떼일 걱정 없이 시세의 90% 수준의 보증금에 최대 8년간 거주할 수 있다.

문제는 무단 점유자가 있으면 새 임차인을 들일 수 없다는 점이다. 무단 점유자들은 HUG가 해당 주택을 낙찰받기 전에 기존 집주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경매에 넘어간 주택일지라도 낙찰자에게 소유권이 완전히 넘어가기 전까지는 기존 집주인은 세를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매에 넘어간 주택에 세들어 사는 임차인은 대항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낙찰자로 소유권이 넘어간 뒤에는 무단 점유 상태가 된다.

HUG는 먼저 무단 점유자에게 자진 퇴거를 유도하되 스스로 집을 비우지 않고 버티면 법적 절차를 거쳐 강제로 내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강제 퇴거까지 3∼6개월가량 걸리는 만큼 HUG가 내년까지 든든전세 1만 채를 공급하겠다는 목표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 이와 별개로 무단 점유자 중 일부도 강제 퇴거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주택이 경매로 넘어간 사실을 모르고 임대차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