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반환보증 사고 주택 매입해 HUG가 시세보다 싸게 주택 공급 기존 집주인과 계약한 임차인 거주 퇴거 지연땐 ‘든든전세’ 공급 차질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공급하는 ‘든든전세주택’ 4곳 중 1곳에 무단 점유자가 거주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무단 점유자들이 자진 퇴거하지 않고 버틸 경우 법적 절차를 밟아야만 해 전세 공급 속도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5일 HUG가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든든전세를 도입한 이후 HUG가 지난달 28일까지 경매로 낙찰받은 든든전세는 총 1153채였다. HUG가 이 중 306채에 대해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조사가 완료된 152채 중 39채(25.7%)에 무단 점유자가 거주 중이었다. 4채 중 1채꼴이다. 나머지 154채는 조사가 진행 중으로 무단 점유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HUG 든든전세는 무주택자에게 시세의 90% 수준으로 제공하는 공공 전세다.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 주택을 경매로 낙찰받은 뒤 새로운 임차인에게 세를 놓는 방식이다. HUG가 집주인이라 임차인은 보증금 떼일 걱정 없이 시세의 90% 수준의 보증금에 최대 8년간 거주할 수 있다.
HUG는 먼저 무단 점유자에게 자진 퇴거를 유도하되 스스로 집을 비우지 않고 버티면 법적 절차를 거쳐 강제로 내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강제 퇴거까지 3∼6개월가량 걸리는 만큼 HUG가 내년까지 든든전세 1만 채를 공급하겠다는 목표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 이와 별개로 무단 점유자 중 일부도 강제 퇴거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주택이 경매로 넘어간 사실을 모르고 임대차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